‘불법’에 여전히 불안한 간호사들

2024-02-27 13:00:37 게재

중대본 “업무 지정해 보호”

PA간호사 행위 재판·수사중

“전공의들이 2020년 파업했을 때 간호사들이 했던 행위에 대해 고소·고발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 우려 때문에 정부에 법적 안전망을 구축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한 것이다.” 간호단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가 27일부터 전공의 현장 이탈에 따라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간호사들은 법적 책임에 불안해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사 업무범위를 의료기관의 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 업무 중에서 간호사가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범위를 정해 간호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간호사가 할 수 없는 것으로 정해진 업무는 여전히 불법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중대본에서 법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 업무나 면허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의료인의 면허 사항 외에 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간호사가 면허 외에 의료행위를 했다면 불법이다. 그러나 ‘진료보조’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아 의사 수가 부족한 병원에서는 사실상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일부 대신해 오고 있었다.

지난 2020년 7월 전공의 파업 당시에는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체했다가 전공의들로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PA 활동에 대한 재판과 수사도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전문간호사가 2018년 환자 골수 검사를 위해 골막천자(골막을 뚫어 골수를 빼내거나 조직을 생검 하는 행위)를 했다는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병원에 20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간호사에게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위임한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재판은 대법원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022년 12월 삼성서울병원이 간호사를 채용하면서 ‘PA 간호사’를 명시하고 구체적인 업무도 안내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등 확인을 통해 채용된 간호사가 활동한 것을 확인하고 이 업무에 대한 평가를 대한의사협회에 감정 의뢰했다.

하지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난해 2월에 고발한 이 사건은 현재 대한의사협회 감정 회신이 늦어지면서 수사 중지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의사협회 회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대한간호협회 의견도 참고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정회신이 1~2년 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협회는 “내부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관련 학회에 감정의뢰를 한다”면서 “시간이 걸려 1년을 넘기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측은 진료지원 인력을 채용하려고 했던 것일 뿐 PA 간호사를 뽑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국전문간호협회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자 성명을 내고 “PA와 같은 진료지원인력들은 의사를 대신해 환자 곁을 지켜왔고 수년 전 의사파업 현장에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불안한 외줄타기 업무를 감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PA 간호사들은 의료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치료와 외래 진료, 수술에 손이 모자란 교수들을 대신해서 전공의들이 하던 일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탁영란 간호협회장도 같은 날 “간호사들이 걱정 없이 환자를 보살필 수 있도록 법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간호사들에 대한 보상체계도 마련해 필수 의료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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