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시비 탈출 트럼프, 사법리스크는 여전

2024-03-05 13:00:01 게재

대법, 내란혐의는 판단 안해

형사기소·민사소송 변수 여전

3월 중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직 사실상 확정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 자격 시비 문제를 털어내면서 재선 도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전체 대의원(2429명)의 약 36%인 874명이 걸린 전국 15개 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열리는 슈퍼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연방 대법원이 출마 자격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연방 대법원은 이날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 내란 선동을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 지난해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 경선 등의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했다. 헌법 14조 3항은 미국 정부관리 등으로 헌법수호 서약을 한 자가 폭동·반란에 가담하거나 적에게 원조나 편의를 제공한 경우 연방 상·하원 의원이나 대통령 및 부통령을 뽑는 선거인 등이 되거나 공직을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에 상소했다. 연방 대법관 9명 전원은 이날 “헌법은 주 정부가 아닌 의회가 해당 조항을 집행할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연방 대법원은 헌법 조문 집행 권한에 대한 기술적인 이유로 하급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혐의 등에 대해서는 실체적인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는 정치적 논란 등을 피한 것이라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자신의 후보 자격 박탈 시도 자체를 바이든 대통령에 의한 정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반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낮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나는 바이든에게 (사법기관을) 무기화를 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당신의 싸움은 스스로 싸우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승리를 위해 당신의 적을 공격하고, 당신의 적을 손상시키기 위해 검사와 판사를 이용하지 말라”면서 “미국은 그런 걸 용인하지 않는 나라”라고 말했다.

공화당측 인사들도 공세에 가세했다. 로저 마셜 상원의원(공화·캔자스)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극좌파의 끝없는 정치적 마녀사냥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민주주의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케호 미주리 부지사도 엑스에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미국 선거의 완결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 투표 용지에서 제거하려는 시도는 위헌적이며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방 대법원의 후보 자격 유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방 대법원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해 심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여기에 대규모 벌금이 부과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와 공동으로 지난달 9~12일 1237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응답자의 25%, 무소속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11월 대선에서 유권자 표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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