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채권추심 79%↑…‘차용증 든 사진’ 지인 연락처로 전송

2024-03-05 13:00:02 게재

불법사금융 단순 문의·상담까지 지난해 6만3천건 넘어

유사수신 피해 신고도 867건 … 전년 대비 54% 증가

A씨는 급전이 필요해 불법대부업자 B씨로부터 20만원을 빌렸다. 1주일 후 40만원을 상환하기로 했는데, 연환산 이자율이 4000%를 넘는 초고금리 대출이다. A씨는 B씨의 요구로 대출 당시 지인 연락처 600여개와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아버지가 계신 요양병원 정보 등을 보냈다.

1주일 후 상환이 어려워 양해를 구했지만 B씨는 A씨 지인 연락처 전체로 차용증을 들고 있는 A씨 사진을 전송했다. 또 밤늦게 까지 추심 연락을 했으며 집과 사업장으로 주문하지 않은 배달을 후결제로 보냈다. 사업장 주변 가게에도 전화해 욕설을 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신고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상담건수는 6만3283건으로 전년(6만506건) 대비 2777건(4.6%)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피해(우려) 신고·상담이 1만3751건으로 전년(1만913건) 대비 2838건(26%) 증가했고 단순·문의상담은 4만9532건으로 전년(4만9593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불법 대출중개수수료 피해 신고 3배 증가 = 피해 신고·상담 대부분은 불법대부 관련이다. 미등록 대부업자와 고금리, 채권추심, 불법광고와 불법수수료 등 불법대부 관련 피해 신고는 1만2884건으로 전년(1만350건) 대비 2534건(24.5%) 증가했다.

A씨와 같은 불법 채권추심 피해 신고는 1985건으로 전년(1109건) 대비 79% 급증했다. 금감원은 “휴대폰, 메신저, SNS 등을 활용해 채무자의 채무사실을 주변 지인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거나, 심한 경우 사진까지 유포하는 등의 악질적인 사례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불법 대출중개수수료 피해 신고는 606건으로 전년(206건) 대비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행 대부업법은 수수료와 사례금 등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중개와 관련해 소비자로부터 대가를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C씨는 D씨로부터 저금리 대환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대출을 위한 전산 작업비 50만원을 요구받았다. C씨는 50만원을 송금했지만 실제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수료 반환을 요구했지만 D씨는 본인 통장은 대포통장이라며 연락을 끊었다. 저금리 대출 안내를 받고 은행 앱을 통해 직접 햇살론 대출 300만원을 받은 E씨도 소개 명목의 수수료 70만원을 송금했다며 금감원에 신고했다. 금감원은 “서민들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해 햇살론 등 서민금융지원상품 중개를 빙자한 불법적인 수수료 편취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불법 채권추심 중단 등 구제가 필요한 3360건에 대해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제도’를 안내해 피해구제를 지원하고 있다. 불법 채권추심피해(우려)가 있거나 법정 최고금리 초과 대출을 받은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권자의 추심대응 및 소송대리를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법률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성착취와 지인들에 대한 추심 등 악질적인 추심행위를 수반한 불법대부에 대해서는 반사회적 대부행위로 보고 무효소송 지원(2건)에 나섰으며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상담 건 중 고금리 대환 등이 필요한 2321건에 대해서는 서민금융대출 상품을 안내, 금융부담 완화 및 피해자 재기를 지원했다.

◆가상자산·신재생에너지 투자, 유사수신 피해 = 현행법상 금지된 고수익·원금보장을 내세운 유사수신행위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F씨는 유튜브에서 경제학 박사(사칭)가 ‘신재생에너지 업체 투자로 위험없이 월 20%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보고 상담을 문의했다. F씨는 업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업자등록증, 정부 표창장, 특허증을 보고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믿었다. 해당업체로부터 투자약정서상 원금보장 약정을 받은 후 1000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사업자는 잠적했다. 금감원은 “경제학 박사·유명인 등을 사칭하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수익이라고 홍보하는 업체는 불법 업체이므로 어떠한 금융거래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유사수신 피해신고는 867건으로 전년(563건) 대비 304건(54%) 증가했다. 가상자산 투자 및 최신 유행 신종·신기술 사업 투자를 빙지한 피해사례(255건)가 다수 발생했고, 전통적 유사수신 수법인 영농조합·협동조합 사업을 가장한 피해(50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고금리·불법추심·유사수신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1332(3번)를 통해 적극 신고 및 제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7가지 불법사금융 피해예방 및 대응요령에 대해 강조했다. △거래 상대방이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 △대부중개 명목 수수료 요구 불법 △SNS·전화·문자 광고는 사칭 가능성 높아 유의 △소액·급전 필요시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 가능한지 확인 △주소록·사진파일·앱설치 등 요구시 대출상담 즉시 중단 △고금리·불법추심 피해 발생시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제도 활용 △원금보장 및 고수익을 보장하는 광고는 유사수신행위 의심 등이다.

한편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단순 문의·상담(4만9532건)은 90% 이상이 불법사금융 관련 법규 및 대응절차 문의(4만5803건)였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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