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 ‘경기저점 지나’ 분석까지…정부는 “아직”

2024-03-05 13:00:01 게재

2월 수출 증가 … 5개월 연속 플러스·대중 수출 흑자

PF 리스크·가계부채 하방요인 … 인플레 상황도 변수

정부 “내수·건설 등 부문별 차이 커 … 단언 어렵다”

최근까지 엇갈린 모습을 보여 온 경기지수가 플러스(+) 흐름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생산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 때 적자로 돌아섰던 대중 수출도 흑자를 기록했다.

일부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경기 저점을 지나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부문별 회복 속도 차이가 큰 만큼, 본격적 경기회복세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PF 리스크와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3%대를 들락거리는 고물가 상황도 변수다.

◆경기전망 지수 ‘긍정적’ =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p 올랐다. 지난해 6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해당 지수는 잠깐 반등한 10월을 제외하면 계속 뒷걸음질 쳤다. 경기동행지수는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생산, 소매판매, 수입액 등 6가지 값으로 구한다. 경기지표 상으로는 현재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일단 나온 셈이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가늠할 경기선생지수 순환변동치는 꾸준하게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부터 조금씩 오르다 지난달에는 보합세를 기록했다. 해당 값은 건설수주액과 재고증가율, 수출입물가비율, 경제심리지수 등으로 추산한다. 향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가 6개월 이상 상승흐름을 보이면 ‘경기확장 국면’으로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된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흐름도 좋다. 2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조업일수가 평년보다 1.5일 부족했음에도 5개월 연속 플러스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도 17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문가 호조가 눈에 띄었다.

◆커지는 경기 저점 통과론 =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거나 이미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동행지수가 플러스로 전환했고, 선행지수는 계속 플러스를 보이다가 이달 보합을 기록했다”며 “경기 자체는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위축·향후 개선에서 현재와 향후 경기 모두 개선되는 쪽으로 경기 흐름이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저점 통과론’을 기정사실로 굳히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는 경기순환주기상 수축 국면을 지나 확장 국면의 회복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부분별로는 희비가 엇갈린다고 단서를 달았다. 전체 생산은 지난해 하반기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으나 광공업 생산은 여전히 부진했다. 지난해 7월 저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된 기계류 투자와 달리 건설투자와 소비도 뚜렷한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분기별 성장률이 지난해 2분기부터 0.6%를 기록(연간 2% 중반)하며 2%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며 “경기 저점은 지났고, 경기 부진도 많이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만만치 않은 신중론 = 하지만 정부당국은 소비 지표가 일시적 요인으로 개선된 것이고 불확실성이 상존해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은 좋지만, 저점 통과론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불안한 국제 인플레이션 추이와 전쟁 여파 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지속 등의 대외 불화실성도 큰 변수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1월 산업활동 동향과 관련해 최근 우리 경제가 제조업·수출 중심 회복흐름 속에 내수 부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향후 경기의 상·하방리스크가 혼재한다고 진단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와 건설지표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설 연휴를 앞둔 1월 효과로 일시적 요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내수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비 실적 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어 경기회복세를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 불안 상황과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부동산PF 리스크와 가계부채 불안 등을 경기의 하방 요인으로 꼽힌다.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가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금리 상황을 벗어나더라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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