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 비웃는 먹거리 물가…평균보다 2배 이상 올라

2024-03-07 13:00:02 게재

외식물가, 전체 평균 33개월 연속 웃돌아

과실 9개월째 평균치 상회, 사과는 22.9배

정부 ‘최대 지원’ 강조하지만 큰 효과 없어

작년 하반기 이후 전체 물가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특히 서민 지갑과 직결되는 먹거리 물가는 전체 평균을 2배 이상 웃돌 정도다. 지난달에도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웃돌아 이런 현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과일을 필두로 농축수산물 물가 오름폭이 커지며 6개월째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과실은 9개월째 이런 현상이 이어지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귤 78%, 사과 71% 상승 사과에 이어 귤까지 가격이 급등하며 신선과실 물가가 2월에 41.2% 올라 32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귤은 지난달 78.1%, 사과가 7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배(61.1%)와 딸기(23.3%) 가격도 올랐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과실류 40.6% 급등 = 먹거리의 주재료인 농축수산물 물가 오름폭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연속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1.4%로 전체 평균의 3.7배였다. 그중에서도 과실은 40.6%로 13.1배였다.

세부 품목을 보면 귤이 78.1%로 전체 평균의 25.2배였고 사과(71.0%)는 22.9배, 복숭아(63.2%)는 20.4배, 배(61.1%)는 19.7배, 감(55.9%)은 18.0배, 참외(37.4%)는 12.1배였다.

신선채소 또한 상승률이 12.3%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을 4배 웃돌았다. 토마토가 56.3%, 파가 50.1%를 기록했다. 또 신선식품지수 상승률 20.0%는 1991년 9월 이후 32년 5개월 만의 최대치다.

외식물가 역시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지난 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체 평균(3.1%)보다 0.7%p 높았다. 2021년 6월부터 33개월째다. 그만큼 외식이 소비자물가 품목 중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0월(3.4%) 이후로는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를 기록했지만 아직 전체 평균보다 높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27개가 평균을 웃돌고 있다. 햄버거가 8.2%로 가장 높았고 이어 김밥(6.4%), 냉면(6.2%), 도시락(6.2%), 비빔밥(6.1%), 오리고기(외식)(6.0%), 떡볶이(5.7%), 치킨(5.4%) 등 순이었다.

◆물가 비상 걸린 정부 = 다시 높아진 물가상승률에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식품업계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 주문으로 대응에 나섰다. 가뜩이나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물가마저 고공행진에 나선다면 경기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의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오렌지와 바나나 등 주요 과익을 직수입 해 가격을 낮추고, 만다린 등 과일류 3종에 추가로 관세 인하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배추와 대파, 사과 등 13개 과일과 채소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에도 204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식품업계를 향해서도 원가 인상을 이유로 빠르게 가격을 올렸다면, 원가가 낮아졌을 때도 빠르게 가격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물가안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지만 밀가루, 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도 제때,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 효과 있을까 = 하지만 이같은 정부 대응이 물가 상승 흐름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할인 지원의 경우 최종 판매가격을 낮춤으로써 구매욕구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일시적으로 구매가 늘어날 수 있지만, 지원이 중단되면 소비량은 빠르게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농산물과 신선식품의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고물가의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량을 빠르게 늘리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한 가격만 낮출 뿐 완벽한 대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과의 경우에는 지중해과실파리 등 병해충 우려로 인해 할당관세 등을 통한 수입량 증가가 사실상 어렵다.

식품업계의 가격인하 움직임 동참 여부와 파급효과도 미지수다. 식품 가격의 경우 업계가 대체적으로 원자재 상승이나 인건비 상승과 같은 인상 요인이 있을 때는 빠르게 반영하지만, 반대로 인하 요인은 잘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가격인하를 압박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업계는 오히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응,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제원유 가격 상승세는 ‘먹거리 물가 불안’을 넘어서는 또 다른 변수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자발적 원유 감산을 2분기까지 연장하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석유류가 전체 물가에 기여한 정도도 지난 1월(-0.21%p)보다 0.15%p 늘어난 -0.06%p로 집계됐다. 석유류 물가는 전년보다 1.5% 하락했는데, 하락 폭은 전월(-5.0%)보다 줄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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