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순직 1년도 안됐는데…

2024-03-07 13:00:01 게재

악성민원에 김포시 9급 공무원 숨져

도로정체 불만 … 온라인 신상 공개

김포시 “누리꾼들 경찰에 고발할 것”

김포시는 악성민원과 관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9급 공무원 A씨를 애도하기 위해 시청 본관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오는 8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 김포시 제공
경기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김포시가 온라인카페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사망하자 정부도 신속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6일 “일어나서는 안될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시는 우선 숨진 공무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인신공격성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민원전화 통화내용도 확인했다. 시는 또 공무원 민원대응매뉴얼을 보강하고 사고후유정신장애(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6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7월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고와 세무서 민원팀장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정부의 악성민원 대책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공무원 노동자 개인이 오롯이 감내하는 경직된 피해자 보호제도부터 당장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공노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공무원들은 악성민원인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75.8%), 악성 민원인에 대해 기관이 주체가 되어 고발하는 조치(74.6%) 등을 요구했다. 공노총은 “악성민원의 유형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고, 공무원 노동자는 최 일선에서 총알받이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동료를 잃기 싫다”고 호소했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관련 부서에 실태파악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도 서두르도록 했다. 행안부는 2020년에 악성민원 대응지침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전파했고, 2022년에도 관련 지침을 보완해 배포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악성민원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도 근절되지 않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책에는 악성민원인에 대한 법적대응 강화 방안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도 민원대응 공무원들에 대한 혁신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실제 인사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무원들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감정규제 감정부조화 조직점검 보호체계 등 각 진단 영역에서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이었다.

한편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의 차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시 관할 도로에서 진행된 도로파임(포트홀) 보수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온라인카페에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공개됐고, 이후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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