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요원 배치, 고소·고발 의무화해야”

2024-03-11 13:00:11 게재

김포 공무원 사망 이후 대책마련 요구 높아

강력한 법적조치 필요…국회 법안통과 호소

최근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주민센터에 전문 경비·경호업체 직원이 보안관으로 배치됐다. 최근 들어 무차별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범죄가 늘고 있고 악성민원인들이 폭언·폭행 괴롭힘을 일삼는 경우가 많아지자 동대문구가 내놓은 대책이다. 동대문구는 올해 시범실시 후 내년부터는 이를 희망하는 동주민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 성남시도 지난해 시청 민원실과 3개 구청 민원실에 사설 경비원을 1명씩 상시 배치했다. 민원인들의 돌발·위법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경기 김포시청 9급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민원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원실 안전요원 배치와 기관의 고소·고발 의무화 등 강력한 법적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호소다.

악성 민원 대책 및 인력확충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간부와 조합원들이 8일 경기 김포시청 앞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공노총 제공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지난 8일 김포시청 합동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민원담당 공무원에 대한 보호조치 강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민원인의 위법행위 양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등 기관 차원의 강력한 법적조치를 의무화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회에 계류 중인 민원처리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촉구했다.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제출돼 있지만 국회가 제때 처리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회에는 민원처리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양기대 의원은 지난해 8월 ‘행정기관의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조치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민원처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를 강제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다.

그해 7월에는 이성만 의원이 공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반복·상습적으로 제출하는 민원을 규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각종 민원 접수 시스템이 간편해지면서 이웃 주민과 행정기관을 상대로 수천건 이상의 민원을 상습적으로 제기해 공무집행을 중단·마비시키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한 일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 김민철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민원인의 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들은 2022년 1월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조치가 의무화된 지 불과 1년여 만에 발의된 것으로 현행 민원공무원 보호조치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들이다.

실제 현장 민원공무원들의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노총이 지난해 민원담당 공무원 70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84%가 최근 5년 사이에 악성민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악성민원을 경험한 횟수는 월평균 1~3회가 42.3%로 가장 많았고, 월평균 6회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도 15.6%나 됐다. 4~5회라고 답한 사람은 12.1%였다.

민원인의 위법행위 사례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22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반대로 근무기관의 악성민원 대응 방법에 대한 만족도는 현저히 낮았다. 무려 응답자의 88.3%가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악성민원은 공무원 노동자를 향한 소리 있는 살인이라고 누차 강조하며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다”며 “정부도 악성민원을 뿌리 뽑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무원 극단선택 사건이 발생하자 행안부는 7일부터 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조만간 인사혁신처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등 주요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을 포함한 범정부 전담조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모욕·협박 등을 포함한 민원인 위법행위 유형과 이에 대한 법적대응 현황 등을 면밀히 검토·분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제도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령들을 개정하는 등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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