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감세·비과세, 대기업·고소득층 집중

2024-03-11 13:00:44 게재

수혜 비중 5년 만에 최대 … 2019~2021년보다 3%p 껑충

대기업 수혜비중 8년 만에 최대 … 총선 뒤 실현여부 불투명

윤석열정부 출범 뒤 세금 감면과 비과세 정책이 고소득층·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수혜 비중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소득층의 수혜규모는 지난해 15조원에 유박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 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조세지출은 15조4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방식 등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흔히 ‘숨은 보조금’으로 불린다.

◆올해 고소득층 수혜비중 33.4% =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은 2019~2021년 10조원 안팎에 머물다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늘었다. 2022년에는 12조5000억원, 2023년 14조6000억원(전망)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자 조세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전체 개인 조세지출 중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각각 34.0%, 33.4%로 예상됐다. 28~30%대를 맴돌았던 2019~2021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2018년(34.9%) 이후 가장 높다.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조세지출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기업 대상 조세지출 중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수혜분은 6조6000억원, 비중은 21.6%로 예상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지출 규모는 2조2000억원이 늘었고 수혜 비중은 4.7%p 껑충 뛰었다. 대기업 수혜 비중은 2016년(24.7%) 이후 가장 높다.

대기업 조세지출 수혜 비중은 2019~2021년 10~11% 수준이었지만 2022년 16.5%로 수직상승한 뒤 매년 증가세다.

고소득자 수혜 비중이 상승한 배경으로 정부는 사회보험 가입률과 건강보험료율 상승을 꼽는다. 고소득자일수록 보험료 공제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과 투자세액공제는 투자 규모가 크고 세금도 많이 내는 대기업의 감면 비중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발언하는 최상목 부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역동경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총선 코앞, 쏟아내는 감세정책 = 고소득자·대기업을 중심으로 조세지출 규모가 늘면서 올해 조세지출 총액은 77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으로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조세지출까지 증가가 예상되지만 뚜렷한 재원 대책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고소득자·대기업 중심의 감세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국민개세주의, 세수중립 등 조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내년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지난해 말에는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해 수십억원대 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과세망을 빠져나갔다.

월 20만원인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도는 없애기로 했다. 비과세 한도는 지난해 약 20년 만에 월 10만원 상향됐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액 비과세’로 급발진한 셈이다.

2022년 기준 기업이 근로자 1명에게 준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은 평균 67만9000원으로 현재 연간 한도 240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비과세 한도 상향이 점진적으로 이뤄진 배경이다.

이번 전액 비과세 정책의 수혜자가 많은 지원금을 줄 수 있는 일부 대기업·직원들에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감세정책, 현실화 여부는 두고 봐야 = 다만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쏟아내고 있는 감세정책이 실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법개정을 전제하고 있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정부가 논란 있는 정책을 밀어붙일지도 확신할 수 없어서다.

특히 지난해 50조원 넘게 세수가 펑크날 정도로 약화된 재정상황도 감세정책 추진의 걸림돌이다. 정부가 최근까지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지만,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저출생 대응책 수립 일정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올해 초 발표 예정이던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은 나오지 않았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 작업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투세 폐지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부자감세’ ‘급조법안’이라는 야당 비판에 직면하며 논의도 시작하지도 못했다.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방안 역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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