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은행 책임 최대 50%…투자자별 45%p 가중

2024-03-11 13:00:46 게재

금감원 “다양한 불완전판매 확인” 배상기준 마련

조정안 적용시 80대 가입자 70~75% 배상 예상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 손실에 대해 판매사인 은행이 최대 50%의 기본책임을 지고 투자자별로 45%p를 가산·차감해 배상비율을 정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이 나왔다.

비영리법인 5%p 가산 항목을 제외하면 개인투자자는 최대 90% 배상을 받을 수 있고 특수한 사정 등을 고려해 10%p가 추가될 수 있어서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받은 것도 가능하다. 다만 투자자의 93% 이상이 재가입자이고 특수한 사정 반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100% 배상 사례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홍콩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일부 ELS 판매사들은 고객 손실위험이 커진 시기에도 판매한도 관리를 하지 않거나 성과평가지표(KPI)를 통해 판매를 독려함으로써 불완전판매를 조장한 측면이 컸다”며 “본점의 상품 판매제도가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등 판매원칙에 부합하지 않았고, 개별 판매과정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 홍콩ELS의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주요 판매사(은행 5곳, 증권사 6곳)에 대한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했다. 검사결과 본점의 판매시스템 설계 미흡으로 인한 판매규제 위반과 일선 판매현장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 등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 일부 판매사는 지난 2020년초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 이후 각국의 주가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오히려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부적정하게 설계해 홍콩ELS 상품의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또 투자자 성향 분석시 6개 항목(거래목적, 위험에 대한 태도, 금융상품 이해도)을 필수적으로 고려·확인해야 하지만 일부 항목을 누락하거나 점수가 배정되지 않도록 하는 등 부실하게 설계·운영했다.

이 같은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와 함께 영업점에서는 대리가입과 허위녹취, 고령투자자 대상 적합성원칙·설명의무 위반 사례들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을 통해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설명의무·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정했다. 추가로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p, 증권사는 5%p를 가중하기로 했다. 따라서 은행의 기본 배상책임은 최대 50%, 증권사는 최대 45%로 정해졌다.

여기에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자료유지·관리부실 등 각 투자자에 대한 판매사의 절차상 미흡사항을 고려해 판매사 책임가중 사유를 최대 45%p 가산하도록 했다. 다만 ELS 투자경험(가입횟수, 금액 등) 금융지식 수준 등을 고려해 투자자 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p 차감할 수 있도록 했다. 가산·차감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경우 등은 10%p 내에서 가산·차감할 수 있도록 하는 ‘기타 조정 항목’도 뒀다.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 적용시 배상비율 예시를 통해 80대 고령자의 경우 은행의 기본책임비율을 최대 50%로 하면 배상비율이 70~75%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각 판매사는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적극적으로 자율 배상에 나서는 판매사에 대해 과징금 제재 수준을 낮추는 등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함께 ELS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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