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이재명 vs 개발공약 원희룡

2024-03-12 13:00:15 게재

대선주자급 경쟁 불구

외부인들의 전쟁 눈총

민주당 텃밭사수 관심

“정치인들이 유명인이라고 와서는 개발 공약들을 쏟아놓는데 이것만 실행됐어도 이미 선진국이 됐을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작전운서동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이재명 캠프 제공
10일 인천 계양구 작전역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정치가 국민을 통합시키지 않고 분열만 시키고 싸움만 시킨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50대 주부는 “명룡대전이니 뭐니 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또 잊힐게 뻔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두 후보 모두 외부에서 온 유력 정치인이라며 거리를 둔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후원회장인 이천수 전 선수와 함께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원희룡 캠프 제공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이지만 여당 후보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스스로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소개한 60대 남성은 “원 전 장관이 똑똑하고 여당이니까 뭔가는 하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보였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한 식당 사장도 “너무 민주당 일변인 건 문제”라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원 장관이 내놓은 각종 개발 공약, 특히 교통 관련 공약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계양산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60대 상인은 “아직 윤석열정부 집권이 3년 남아있는 만큼 여러 개발공약 중 한 두 개라도 실현된다면 지역발전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견고해 보였다.

작전역에서 만난 30대 한 남성은 “(계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지역”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얼어붙어 있는 민심의 벽이 너무 강고하다”고 했다. 계양산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도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곳은 한 번도 민주당 지지세가 흔들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상인은 “지역의 유력 정치인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역 발전을 견인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함께 있던 그의 아내는 “인물 보고 찍나, 당 보고 찍지. 그래서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프 내부 분위기는 양쪽 모두 자신감이 넘쳤다.

원 전 장관쪽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방의원은 “과거에는 인물 경쟁에서도 밀렸기 때문에 반전 기회가 없었지만 원 후보가 나선 뒤 바닥 민심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며 “외부에서 일고 있는 민주당 공천에 대한 반감이 계양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지원에 나선 것도 영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이천수 후원회장도 한 몫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캠프는 압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한 지방의원은 “국민의힘에 진 2년 전 지방선거 때도 계양만큼은 흔들리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세도 견고해졌다”며 “결국 정권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정당지지율 열세 분위기를 의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지방의원은 “이 대표가 외부 일정이 있어도 마지막은 꼭 계양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최근 두 후보간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자유통일당 후보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한 셈인데, 선거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김신일·박준규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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