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부동산 위험 커져…작년 임대차 면적 11.8% 감소

2024-03-13 13:00:01 게재

상위 100대 계약 분석

대형 임차인 비중 축소

독일 은행도 리스크 커져

미국 상업용부동산(CRE) 시장 침체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권이 관련 대출 등으로 대규모 부실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지역은 전반적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완공된 오피스건물이 주요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는 최근 업무정보에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문화의 정착으로 인한 오피스 공실률 상승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며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오피스로의 이전이 감소하고 있으며, 신규 대형 오피스 건물은 중심(anchor) 임차인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최대규모의 상업용부동산 컨설팅 및 투자회사인 CBRE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상위 100대 오피스 임대차 계약 총 면적은 268만 스퀘어피트(sqft, 1평=약 35.58sqft)로 전년 304만sqft 대비 11.8% 감소했으며 전체 임대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고 밝혔다. 상위 100대 임대차계약 비중은 지난해 13.7%로 전년도 15%에서 1.3%p 감소했다.

상위 100대 임대차의 평균 면적은 26.7만sqft로 전년 대비 12% 줄었다. 미국 상위 100대 오피스 임대차계약의 58%는 재계약됐으며 이는 신규 임차가 더 많았던 전년도와는 상반된다.

금감원은 “대형 임차인들이 (전년보다) 더 적은 수의 빌딩에서 더 적은 면적을 임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 임차인들이 신규 오피스 계약을 하기 보다는 기존 오피스를 재계약하기를 원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대형 임차인을 보면 정부기관이 19%로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금융·보험업(13%), IT기업(11%)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기관 비중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금융·IT 등의 비중은 전년 대비 대폭 축소됐고, 대형 사기업의 임대규모 축소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맨해튼, 실리콘밸리, 뉴저지 지역의 비중이 41%를 차지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영국 스와이어 가문이 설립한 국제 개발 회사인 스와이어프로퍼티와 미국의 최대 민간 부동산개발업체인 릴레이티드는 최근 완공을 앞두고 있는 마이애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오피스 건물인 원 브리켈 시티 센터(One Brickell City Centre)의 중심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재택 근무 등으로 미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았지만 마이애미 지역은 꾸준한 기업 이전과 사무실 건물의 공급이 제한되면서 위험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기록(19.3%)을 경신했다. 마이애미 사무실 공실률은 8.4%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낮다. 하지만 이제 마이애미 지역도 상업용부동산 부실 사태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2분기 마이애미 사무실 건설 착공은 정점을 찍은 후 둔화되고 있다. 고금리와 건축 자재 및 인건비 상승, 경기 침체로 인한 임대 활동 둔화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 상업용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여파는 독일 부동산 전문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번지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미 상업용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독일 아레알방크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1단계 하향했다.

금감원 프랑크푸르트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결과 아레알방크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세전 이익 등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 세전 이익은 1억4900만유로로 전년 대비 37.7% 하락했으며 주당순이익은 0.69유로로 전년 대비 70.3% 급감했다.

아레알방크의 전체 상업용부동산 익스포저는 325억유로(한화 약 46조원)이며, 미 상업용부동산 관련 규모는 86억유로(약 50%는 오피스 관련)로 전체의 26.5%(총자산 대비 16%)를 차지하고 있다. 미 상업용부동산 익스포저에서 11억유로의 부실 발생 으로 은행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3.4%를 기록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북미지역이 34조5000억원(61.1%)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조8000억원(19.2%), 기타 및 복수지역 6조6000억원(11.8%), 아시아 4조4000억원(7.9%) 순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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