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스마트팜 현장을 가다-1

기후환경에 영향없는 딸기온실 인기

2024-03-14 13:00:06 게재

한국 품종 ‘고슬’ 연 4만톤 생산

모든 농기자재도 들여와 수출 효과 ‘톡톡’

베트남에서 한국 딸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 망고 가격 5배 수준의 한국 딸기는 과일 천국 베트남에서도 최고 인기 품목에 올라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국형 딸기 스마트팜. 사진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제공

베트남 딸기는 초기 한국에서 냉장 유통을 통해 수출했지만 유통비용 증가와 향후 재배면적 확보 등을 위해 한국에서 만든 현지 스마트팜에서 생산체계를 갖췄다. 하노이에서 12㎞ 떨어진 탄찌(Thanh Tr) 지역에 있는 딸기 온실농장이 생산기지다.

첨단기기로 농장을 가동하고 있는 이 부지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임대한 곳이다. 이 땅에 약 1.2㏊(1만2000㎡) 규모의 철골구조 비닐온실 14개동 형태의 스마트팜을 23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건설비용은 농림축산식품부가 70%, 민간업체인 아페스가 30%를 냈다.

이곳은 한국 딸기를 재배해 판매하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한국 농업기술의 베트남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땅에서 한국 품종과 비료, 퇴비뿐 아니라 스마트팜 기술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기자재를 한국에서 공수해왔다. 딸기 종자도 한국품종인 ‘고슬’을 재배하고 있다. 대표적 저온성 작물인 딸기는 고온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는데 ‘고슬’은 섭씨 25도에서도 꽃을 피워 베트남에 적합한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하노이 스마트팜을 건설해 운영하는 아페스의 김진성 대표는 “우리 품종 고슬이 한국 환경만큼의 당도를 내지는 못하지만 베트남에서 최대 효과를 내고 있다”며 “베트남 환경에 맞는 품종 개발과 농기자재가 정착되는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페스는 이곳에서 딸기를 생산하며 각종 기자재와 모종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한 시즌 3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직접 딸기를 사간다. 아직 한해 생산량이 4톤에 불과하지만 현지 농업법인들이 스마트팜 도입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품종의 확산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현지 스마트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진성 아페스 대표.

특히 베트남 북부지역은 온화한 기후로 딸기 생산에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딸기를 재배하기 위한 저온 환경을 한국형 스마트팜이 구현했다.

한국형 스마트팜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베트남 딸기 온실을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베트남 농업당국과 스마트팜 확대를 위한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각지에서 한국형 스마트팜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 하노이 현지 스마트팜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

응옌 홍 썬 베트남정부 농업과학원장은 “베트남 농업 생산은 기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아 자연 재해, 악천후, 전염병 등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베트남 농민들은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 인건비 절감, 고품질 생산 및 식품 위생을 위해 다양한 수준의 스마트 농장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베트남에 건설 중인 한국 스마트팜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온·습도, 조명·영양 모드 등을 자동 제어하고 높은 정밀도를 보장하며 고품질의 균일 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식물보호제 분무, 비료 등 수작업이 자동화됨에 따라 운영비도 줄어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농업시장에 한국형 스마트팜이 자리잡기 위해서서는 농기자재 부품 표준화 등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도 기술농업 도입을 위해 각종 스마트 농업 기자재를 시범 도입하고 있지만 현지 농민들은 고장과 부품교체 등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노이 딸기 스마트팜 현장을 방문한 김영태 한국농업기술진흥원 ICT신뢰성평가팀장은 “한국스마트팜 기자재의 표준화 사업이 진행 중인데 베트남에 보급되는 농기자재의 경우도 부품 표준화가 이뤄져야 현지 생산 등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베트남) =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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