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유럽 확전 가능성 대비해야”

2024-03-15 13:00:01 게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장

“서방군 파병, 배제는 안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경우 러시아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으로의 확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파병 시나리오를 언급해 야권의 비판에 직면하자 역내 안보를 논리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F1, 프랑스2 방송과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유럽의 신뢰도는 0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야당 지도자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 인터뷰는 우크라이나와 맺은 10년 안보협정이 지난 12일과 13일 하원과 상원에서 차례로 승인된 데 따른 후속 설명회 격이다. 이 안보협정은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10년간 30억유로(약 4조원)의 군사 지원을 추가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우 성향의 제1야당 국민연합은 기권했고, 극좌 성향의 프랑스 국민전선은 반대표를 던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프랑스와 유럽에 “실존적 문제”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약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이 유럽으로 확산된다면 그것은 러시아의 유일한 선택이자 유일한 책임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약해지기로 결정하고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패배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나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동맹국의 더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고 “평화를 원한다고 해서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크렘린에 약점을 드러내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 추진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레드라인을 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러시아가 이 전쟁을 멈추고 자기 위치에서 후퇴해 평화를 허용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서방군을 파병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이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와의 관계와 관련, “크렘린 정권이 적”이라고 했지만 러시아를 적으로 부르기를 거부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프랑스 안팎에서 프랑스의 국익을 해치는 공세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러시아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지 않을 것이며 ‘파리’는 ‘모스크바’와 전쟁 중이 아니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핵은 불안정화나 위협의 수단이 아니라 안보 수단”이라면서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위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준비가 돼 있고, 확립된 원칙이 있다. 핵에 관해선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며 “핵은 우리에게 절대 확전하지 말라는 책임감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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