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조단위 과징금 전망…존리 사건처럼 감경 적용될까

2024-03-18 13:00:04 게재

금소법상 불완전판매액에 최대 50% 부과 가능

불완전판매 비율 30% 적용하면 2조5천억원

작년 메리츠자산운용 과징금 절반 이하로 줄어

ELS, 금감원·금융위 단계에서 각각 감경 가능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단위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존리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재직 당시 금소법상 광고 관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사 펀드 5개를 광고한 사건은 금융당국이 금소법상 과징금 부과 쟁점들을 판단한 사실상 첫 제재였다.

과징금 부과시 기준금액을 펀드 판매기준으로 했으며, 과징금 부과액이 과도하다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감경을 결정하기도 했다.

18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존리 전 대표의 펀드 광고와 관련해 메리츠자산운용이 제재를 받은 사건은 금소법 위반으로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됐다가 감경된 유일한 사례”이라며 “홍콩ELS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서도 주요하게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 12곳이 2021년 이후 판매한 홍콩ELS 규모는 19조3000억원 가량된다. 이 중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된 금액은 약 17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불완전판매로 확인되는 규모가 얼마냐에 따라 법정한도부과액이 결정된다.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비율이 20~60% 범위 내에 분포될 것으로 전망했다.

약 17조1000억원 중 불완전판매 비율이 30%라고 가정하면 과징금 법정부과한도는 불완전판매액(5조1300억원)의 50%인 2조5650억원에 달한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기본과징금을 산정할 때 법정부과한도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한다. 부과기준율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일 때 100%, 중대한 위반행위일 때 75%,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일 때 50%다. 법정부과한도에서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이 홍콩ELS 불완전판매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면 기본과징금은 줄어들지 않고 2조5650억원이 될 수 있다.

기본과징금에서 가중·감경 사유에 따라 과징금 부과액이 조정된다. 위반행위를 감독기관이 인지하기 전에 스스로 시정 또는 치유한 경우, 자진 신고하는 등 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경우, 위반행위 방지를 위한 자체 감사 또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춰 시행하는 등 상당한 주의 및 감독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은 기본과징금에서 50% 이내로 금융당국이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과징금 부과가 법위반의 방지 또는 제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중·감경 사유 조정 후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최종적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감경 사유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이 자체적으로 최대 50%까지 감액을 결정하면 과징금 규모는 1조2825억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과징금 규모를 1차적으로 정해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과징금이 부당이득액의 10배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부분 이내에서 감액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금융위에서만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다.

존리 사건에서 증선위는 해당 조항을 적용해 감경 조치했다. 당초 금감원이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펀드 판매액을 기초로 22억2500만원, 과태료 3억원이다. 하지만 증선위는 부당이득액(판매수수료)의 10배를 초과한 부분에서 감액을 결정, 과징금 9억7400만원과 과태료 1억2000만원을 메리츠자산운용에 부과했다.

당시 증선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광고규제를 위반해 펀드를 판매한 판매업자의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수준이 과도한 측면이 있고, 동일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동시에 과태료를 부과한 측면이 있다”고 감경 이유를 밝혔다.

금감원은 홍콩ELS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소비자피해 배상 등 사후수습 노력에 대해 제재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제재 양정시 고려요인의 하나로 감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설 경우 과징금 부과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기본배상금 산정과 감경 사유 적용 등으로 과징금 부과액을 크게 낮출 경우 금융위에서 부당이득액의 10배 초과 부분 감액은 이뤄지기 어렵다. 5대 은행의 3년간 홍콩ELS 판매수수료는 1866억원으로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액이 1조8660억원을 넘어야 금융위에서 초과분에 대한 감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감원에서 기본과징금 부과시 부과기준율을 법정부과한도의 100%로 적용하고 감경도 하지 않아 2조5650억원(불완전판매 30% 가정시)을 그대로 과징금 규모로 정해 금융위에 건의하면 금융위는 부당이득액의 10배 초과 부분에 대한 감액 여부를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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