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업에 세제지원 검토…부작용 우려도 만만찮다

2024-03-20 13:00:02 게재

주주엔 배당 분리과세·세액공제 등 검토 … 기준확정·형평성·법제화 등 '산넘어산'

‘세수부족 확대, 부자감세 강화’ 비판도 … 최상목 부총리,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제고)’에 세제혜택 카드를 처음 꺼내들었다.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주주환원 노력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 혜택에 한도를 두지 않는 것까지 검토한다. 배당소득세 부담도 낮춰 실제 혜택이 개인 주주에게 돌아가도록 추진한다. 기업이나 주주 입장에선 환영 분위기다.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도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현실화까지는 아직 멀다. 구체적 적용 기준과 세 부담 형평성, 국회 법제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세수 부족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감세혜택이 배당 여력이 높은 대기업, 보유 주식이 많은 대주주 등으로 쏠리는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시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7월말쯤 발표하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이런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설명하는 최상목 부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자사주 매각·배당소득에 법인세 혜택 “실링없어” = 20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장기업의 주주환원 노력의 일정부분에 대해 법인세를 낮추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을 확대한 일정 증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일정 기간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등 통계를 분석해보고, 세수감소 효과까지 종합 검토해서 세법개정안에 들어가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세제혜택 대상은 회사가 취득해 보유한 자사 주식 소각이다.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배당받는 주주들에 대한 세제 혜택도 늘린다. 현재로는 국내 주식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으면 소득세 14%, 지방소득세 1.4% 총 15.4%의 세율을 적용한다.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소득으로 과세된다.

기재부는 △세액공제 △소득공제 △분리과세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세제지원 방안 처음 시사 =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를 열고 주주환원 확대 기업 세제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최 부총리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며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배당 확대에 따라 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대해 배당소득세 부담도 경감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기업가치 제고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법인세·배당소득세 등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정부의 세제지원 방안은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아직은 검토단계라는 얘기다.

한편 정부가 연초부터 밸류업 제고를 강조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에도 속도가 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상장사 21곳(지난달 12일 기준)이 3조314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같은 기간(3934억원)과 비교하면 8배가 넘는 수준이다. 기업별로는 △삼성물산(1조원) △금호석유화학(1290억원) △SK이노베이션(7936억원) 등이다.

◆만만찮은 부작용 우려 = 하지만 정부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널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재부 설명대로면 조만간 정책 혜택을 받을 주주환원의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공감대 없이 정책추진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과거부터 주주 환원에 노력을 기울였던 기업들이 손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사주 매각 등에 앞서 모범을 보인 기업들은 빠지고 뒤늦게 매각한 기업만 수혜를 받기 때문이다. 또 기업에 대한 유인책으로 감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자감세 논란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확대할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과 여력조차 없는 기업 사이에 세제 혜택 편중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배당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 역시 주식이 많을수록 비례해 혜택이 커진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법으로 제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시적 주가부양정책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와 사외이사제 등을 개선해 비효율적 의사결정과 총수일가 사익추구를 막는 것이 근본대책이기 때문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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