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핵심 이인광 프랑스에서 검거

2024-03-20 13:00:11 게재

검경, 인터폴 등과 국제협력 성과

“한국송환에 1년 이상 걸릴 수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 이른바 라임사태 핵심으로 꼽힌 이인광씨가 해외에서 검거됐다.

경찰청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에서 이씨를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이씨 검거는 검찰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프랑스 경찰의 국제협력으로 가능했다.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건을 말한다. 그동안 검찰은 라임사태를 포함해 3대 펀드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 추적해 왔다.

당시 라임은 약 6조원을 보유한 국내 헤지펀드 1위 집합투자업자였다. 2019년 말을 기준으로 173개 펀드에서 1조6679억원의 환매 중단·연기가 빚어졌다. 곧바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다. 이듬해 검찰은 72명을 재판에 넘겼는데 몸통인 김영홍과 핵심 중 한명인 이씨는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다.

라임사태 핵심 인물로 프랑스에서 검거된 이인광 에스모 회장의 2007년 당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동안 검찰 수사와 관련 재판 내용을 종합하면, 이씨는 라임자산운용 자금 중 1300억원을 가지고 에스모 등 코스닥 등록업체들을 인수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관련 회사들의 주가를 조작하거나 회사 현금을 빼돌리는 등의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과 검찰은 이씨가 연예계 경험을 토대로 라임펀드 모집과 운용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유명 배우의 매니저 출신으로 이후 자신의 연예기획사를 차린 뒤 영화 제작에까지 발을 넓혔다. 여성 탤런트와 결혼한 뒤 이혼했고 또 다른 유명 연예인과 손을 잡고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라임사태가 터지면서 잠적했고, 이후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청은 법무부, 대검찰청 등과 공조한 뒤 이씨가 도피했을 가능성이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출입국 내역을 분석했고, 지난달 이씨 행적을 포착했다. 경찰청과 검찰, 인터폴은 ‘합동추적팀’을 구성해 검거작전을 세웠고, 프랑스 경찰 협조를 받아 이씨를 붙잡았다.

다만 프랑스에서 검거된 이씨가 빠른 시간 안에 한국에 송환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씨 송환에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범죄인 인도가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히고 사례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세모그룹 전 회장인 고 유병언씨의 딸 섬나씨가 대표적이다. 유씨는 프랑스가 한국에 인도한 첫 범죄인이었다. 2014년 5월 법무부는 유씨 소재를 파악한 뒤 프랑스 정부에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했다. 하지만 유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재판 등의 절차를 거치느라 3년이 지난 2017년 6월에서야 송환됐다.

이씨는 라임사태와 관련한 수사, 재판 외에도 마약사범 도피와 관련돼 기소중지된 상태다. 이 사건 역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씨는 마약혐의로 수사를 받던 가수 연습생 출신 A씨를 해외에 도피시킨 혐의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함께 2021년 5월 기소됐다.

2021년 5월 검찰은 양씨가 A씨에게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보복협박 등), 이씨에게는 A씨를 도피시킨 혐의(범인도피)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양씨는 이씨와 관련성을 거듭 부인해 왔다.

양씨는 2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았다. 양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씨를 제외한 채 재판이 진행됐다. 이씨가 송환되면 이 사건 재판도 받아야 한다.

남은 것은 라임사태 몸통으로 꼽히는 김영홍이다. 경찰은 인터폴, 현지 경찰 협조를 받아 해외에 있던 김씨 검거에 나섰지만 놓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도 계속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라임 관련해서 이전 수사에 미비점이 있는지 검토했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오승완·박광철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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