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라파 공격에 시간 걸릴 것”

2024-03-21 13:00:01 게재

“민간인 대피안 곧 승인”

미-이스라엘 물밑 조율

이스라엘이 계획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이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는 데다 최우방 미국까지 적극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격 계획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라파 군사작전 계획은 이미 승인했고 조만간 민간인 대피 계획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지금 라파 진입을 준비 중으로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전력을 다해 작전에 임하겠다”면서 “알시파 병원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마스 고위급을 제거하거나 체포하기 위해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와 가자 중부의 난민촌에서도 작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틀 전 전화통화를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원과 인도적 지원에 관한 제안에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정상 간 합의에 따라 24일 측근인 론 더머 전략 담당 장관을 미국에 보내 라파 공격 계획 등에 관해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 인질 구출,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라는 전쟁 목표 달성 없이는 전쟁을 끝낼 수 없고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파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왔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약 140만명의 피란민이 밀집한 라파에서 지상전이 벌어지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 관리들은 미국을 방문하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번주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등 양측 인사들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가 민간인 대피계획을 마련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대피계획의 현실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상당한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양측 관리들의 접촉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과 민간인 대피를 놓고 면밀한 검토와 함께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네타냐후의 성명 직후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라파를 포함해’ 하마스의 패배를 보장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은) 민간인을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을 방해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안보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라파를 포함한 하마스의 패배를 보장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적절한 식량 공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극적으로 늘리고 유지하기 위한 미국과 국제적 노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이스라엘이 추진하려는 대규모 지상전보다는 다른 대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의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라파에 대한 공습 대신 가자와 이스라엘 국경을 확보하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무장세력이 라파로 무기를 밀반입하는 능력을 억제해 이스라엘과 추가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차단할 것이지만 국경지대에 얼마나 머무를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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