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실채권 빠르게 늘어…은행 작년 4분기 신규발생 4.4조

2024-03-21 13:00:15 게재

3분기 대비 1.3조, 전년 동기 대비 2.1조 증가

2021년 대비 기업·가계여신 부실 신규발생 2배↑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신규발생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 대출 부실채권의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상승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고금리 영향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기업과 가계의 연체가 늘고 있으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12월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작년말 부실채권 규모는 1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1000억원) 대비 22.7% 증가했다.

특히 부실채권 신규발생액 기준으로 보면 작년 4분기에만 5조7000억원규모의 부실이 발생해 전분기(4조3000억원) 대비 32.5%, 전년 동기(3조1000억원) 대비 83.8% 늘었다. 올해 1분기 3조원, 2분기 4조원, 3분기 4조3000억원 등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4분기에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늘리고 있다. 작년 4분기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000억원) 대비 80.7% 증가했다. 대손상각과 매각을 통해 각각 1조3000억원, 2조원을 정리했고, 담보처분을 통한 여신회수 7000억원, 여신 정상화 4000억원 등이다. 부실채권 신규 발생액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은행들이 상각과 매각 등을 통해 부실채권 잔액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여신 부실채권 신규발생액은 작년 4분기 4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3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2조3000억원) 대비 91.3% 급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조2000억원, 3조2000억원으로 중소기업 부실채권 발생액이 크다. 다만 대기업 신규발생액이 2022년말 5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면서 대기업들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같은 기간 가계여신은 7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57.1% 증가했다. 기업여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가폭이 적지 않다.

2021년 4분기 기준 기업과 가계 여신의 부실채권 신규발생액이 각각 2조원, 5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금감원은 2021년 8월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이후 연체율과 부실채권 발생 비율이 2022년 6월과 9월 최저점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금리 인상의 여파가 6개월에서 1년 이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후 연체율과 부실채권 발생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부실채권 신규 발생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47%로 전년 동기(0.40%) 대비 0.07%p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8년 이전까지 1%대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부실채권비율은 저금리 시기에 낮아진 수준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 총여신이 크게 늘면서 부실채권비율이 낮아진 영향도 있다. 은행 총여신은 2019년말 198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말 2629조원으로 32.7% 증가했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계속 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기준 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원) 대비 1.3% 늘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총대손충당금잔액/부실채권)은 212.2%다.

금감원은 “4분기 중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크게 확대한 결과, 부실채권 증가에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또 “부동산 경기 둔화 및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위험 요인이 잠재되어 있음에 따라 부실채권 상・매각 등 은행권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는 한편, 대내외 불확실성 등 리스크 요인을 충분히 반영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토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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