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시간 줄이자” 의견 일치

2024-03-22 13:00:01 게재

36시간 연속수련, 환자 안전 위협 … “전문성 높일 수련프로그램도 개발해야”

“24시간 근무하고 다음 날 오전에 진료를 하면 집중해서 환자를 볼 수 있을까요?”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을 단축하라는 의료계 안팎의 요구가 높다. 전공의가 일보다 배움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환자 안전을 담보하자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의 최대연속 수련시간 ‘36시간’ 단축을 앞당길 계획이다.

전공의 처우 개선 논의 전문가 토론회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임인석 기관평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의사 면허를 받았지만 특정 과목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수련병원에서 전문의의 지도하에 수련교육을 받으며 수술 보조, 응급실 운영, 진료 보조, 당직근무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된다. 수련시간 단축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는 오래됐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관심과 개선 노력이 부족해 수련환경 변화가 더뎠다.(관련기사 내일신문 3월 13일 17면, “전공의 ‘값싼 노동력’아닌 수련 질 높여야”)

전공의들은 주당 90시간 이상 일하기도 했다. 개정 전공의법이 2017년 12월부터 시행되면서 주당 법정 최대 근무시간은 80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긴 근로시간과 최대 36시간의 연속 근무 등 이유로 처우 개선을 요구한다.

이날 발제를 한 고든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7년 말 개정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전공의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77.7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전공의 피로도 감소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전공의의 평균 근로시간은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수련기관이 존재하고 연차와 전공과목, 수련기관에 따른 편차가 존재한다. 전공의 52%는 주당 80시간 넘게 수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현장에서 전공의들이 법정근무시간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법적 제한으로 근무표나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시스템상으로는 주당 80시간이라는 근무시간이 지켜지고 있지만 실제 근무시간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응급수술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전문과목이나 저연차 전공의일수록 법정 수련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 부연구위원은 “수련병원에서 수련시간을 계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평균 수련시간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근무시간 입력과 신뢰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해외와 비교하면 미국 일본 대만은 우리나라와 같은 80시간이다. 캐나다는 주에 따라 60~90시간으로 다르다. 영국은 48시간으로 적다. 최대연속 수련시간은 대만 32시간, 미국 일본 28시간, 캐나다 24시간(일부 주 16시간), 영국은 13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 적다.

한창훈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진료기획실장은 실제 36시간 연속 근무 체험을 바탕으로 연속 수련시간 단축과 더불어 필수의료 진료과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실장은 “필수의료 중증-응급환자는 24시간 365일 발생한다. 응급상황과 야간 휴일 발생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수련과정에서 선배의사들의 어려운 근무환경을 목격하면 필수의료를 선택할지 고민하게 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더불어 필수의료 전문의의 근로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근무시간도 중요하지만 생각해야 할 것은 수련교육프로그램”이라며 “그간 의료현장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도제식 방식에 변화가 있었으나 지금 전공의들이 원하는 정도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승우 보라매병원 전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폭행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폭행에 가담한 병원과 지도전문의는 수련 교육에 참여할 수 없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최대한 빨리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이와 함께 양질의 수련이 가능하도록 수련체계 개편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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