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간 대결논리에 가자 휴전안 또 불발

2024-03-25 13:00:00 게재

미 결의안 중·러 거부권

앞선 3번은 미가 거부권

25일 논의도 통과 난망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강대국 논리에 휘말려 또 좌초됐다. 상임 이사국 간 입장 차이로 거부권이 행사된 때문이다. 이런 사태가 네 번째로 발생하면서 안보리가 핵심 안보 이슈 처리에 무기력해졌다는 비판이 다시 나온다.

24일(현지시간)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르면 25일 공식회의를 열어 비상임 이사국들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결의안에 대해 표결한다.

제출된 초안은 라마단을 맞아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 필요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보리는 지난 23일 오전 해당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정이 연기됐다. 하지만 25일 예정된 회의도 개최 시간에 임박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휴전 결의안 논의는 앞서 지난 22일 미국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촉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면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이고 지속가능한 휴전이 필요불가결(imperative)함을 결정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남아 있는 인질 석방과 연계된 휴전을 보장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명백히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결의안에 15개 이사국 중 11개 이사국이 찬성표 던졌고, 중국, 러시아, 알제리 등 3개국은 반대, 가이아나는 기권표를 행사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반대나 기권 표를 던진 나라들은 결의안에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demand)하거나 ‘촉구’(call on)한다는 명확한 표현 대신 다소 모호하고 생소한 ‘필요불가결함을 결정한다’(determines the imperative of)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문제 삼았다.

거부권을 행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과도하게 정치화됐다”면서 “결의안이 채택되면 가자지구 휴전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문을 닫게 만들고 이스라엘의 묶인 손을 자유롭게 해 결국 가자지구 전체가 이스라엘 수중에 들어가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부결 뒤 중·러를 향해 “그들은 하마스를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나아가 미국이 주도한 결의안에 찬성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안보리가 성공하는 것보다는 미국이 실패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중·러의 거부권 행사에 앞선 세차례의 거부권은 미국이 행사했다. 미국과 중·러의 신냉전 대결 구도 속에서 이르면 25일로 예정된 안보리 회의에서도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 채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예정된 결의안 투표도 미국의 네 번째 거부권 행사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많은 전문가에게 이번 사태는 안보리 기능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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