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비현실 공직선거법 도마 위에

2024-03-25 13:00:24 게재

위성정당 선거운동, 이재명은 안되고 한동훈은 되고

공식선거운동 이전, 확성기 제한 … 기자회견땐 가능

너무 복잡하고 비현실적인 공직선거법의 근본적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거대양당 대표의 위성정당 선거운동 가능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확성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애매모호하다.

이 규정들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에 고발될 전망이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거대양당의 공직선거법 적용 논란이 확산되면서 ‘위성정당 창당에 따른 다른 정당·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등에 관한 운용기준’을 내놓았다.

전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개 석상에서 비례정당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기자회견을 빙자해 선거 유세에 마이크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클린선거본부는 “이 대표는 민주당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임에도 전날 경기 포천시에서 다른 정당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이는 공직선거법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이 대표가 포천시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24번 서승만이었습니다. 24번까지 당선시켜야지요”라고 말한 대목이다. 또 클린선거본부는 “이 대표는 지역 유세 시 현장 기자회견을 빙자해 꼼수로 마이크를 사용한 혐의가 있다”며 “기자회견문 형식을 빌려 다수 군중에게 사실상 선거 유세를 했고 기자들 질문은 선택적으로 받으며 주로 국민의힘 후보자들에 대한 사실상 낙선 운동을 했다”고 했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지역구 출마하는 후보자가 민주당이 아닌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는 매번 유세할 때 선거운동 기간이 아닐 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선거법 규정을 미꾸라지처럼 피해 가기 위해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차용하는 꼼수를 부린다”고 했다.

박 단장이 지적한 ‘선거운동 기간이 아닐 때 마이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은 야당이 국민의힘 한 위원장을 고발하는 데도 적용될 전망이다.

녹색정의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23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틀 전 윤재옥 원내대표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이크를 활용해 지지 발언을 했다며 이는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정의당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만큼 옥내 모임에서 확성장치를 사용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며 이날 오후에 경찰 고발에 나설 예정이다.

녹색정의당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소개했다. 대법원이 “다른 사람이 개최한 옥내모임에 참여해 그곳에 설치된 확성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후보자등에게만 허용될 뿐”이라 판단한 부분과 헌법재판소가 “지지발언으로 당선시키고자 하는 정당후보자가 특정될 수 있다면 선거운동의 개념을 충족한다”고 설명한 부분을 제시했다. 녹색정의당은 “그런데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개인 한동훈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표명’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 선거운동이 아니란다”며 “명백한 선거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설의 전체 취지에서 특정후보자 지지 의도가 확인된 모두가 유죄선고 받았다”며 “한동훈 위원장의 범죄행위에 대한 권고형의 범위는 벌금 70만원~150만원 사이”라고 했다.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재명 대표는 위성정당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이번 선거에 지역구, 비례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한동훈 위원장은 위성정당 선거운동이 가능한 공직선거법 88조도 논란이다. 전날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88조를 해석하면서 “지역구정당 소속 지역구 후보자 등이 비례정당이나 비례정당 소속 비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거나 비례정당 소속 후보자 등이 지역구정당이나 지역구정당 소속 지역구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법 제88조에 위반될 수 있다”면서 “정당의 대표자 등이 ‘지역구 후보자 등’ 또는 ‘비례대표 후보자 등’인 경우에는 법 제88조에 따라 다른 정당 등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재명 대표가 위성정당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 해석은 한 위원장의 위성정당 선거운동은 가능하다는 얘기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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