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4월 위기설, 100위권 위협

2024-03-26 13:00:02 게재

정부 “근거없다” 일축했지만 올해 준공 몰려 PF 리스크 확대

공사비 증가로 중견사들 ‘사활’건 유동성 확보전

2021~2022년 착공한 건설현장 준공이 늘어나면서 건설사 4월 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다. 건설사 자금줄을 압박해왔던 ‘착공전PF’(브릿지론)가 본PF 리스크로 확대되는 시기다. 정부는 4월 위기설에 대해 “근거없다”고 일축했지만 100위권 중견 건설사들은 위기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6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입주 예상물량은 44만2000가구(아파트 기준)였지만 실제 입주물량은 36만가구에 그쳤다. 8만여가구의 입주가 올해로 미뤄진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입주 예상물량은 35만가구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밀린 물량까지 합하면 44만여가구가 공급된다. 늘어난 준공 물량만큼 건설사들이 지급보증한 본PF가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는 시기다. 본PF는 브릿지론보다 규모가 큰데다 대부분 건설현장이 2022~2023년 발생한 원가 상승, 원자재 수급 차질, 분양률 저하 등으로 공사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4월은 PF 사업장 정리의 후유증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년 3~4월은 건설사 실적 발표로 불안한 자금사정의 실체가 드러나고, 유동성랠리(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가 주가는 오르는 현상)가 종료돼 위기가 현실로 드러나는 시점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1년 3월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014년 4월에는 벽산건설에 파산이 선고됐다.

올해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금융당국 중심으로 건설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4월 총선 이후 부실 건설사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은 10대건설사보다 100위권내 중견건설사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말 PF 부실 사태가 확산하면서 시공능력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자본잠식에 빠졌다. 반면 롯데건설은 준공이 몰리는 올해 유동성 위험에 대비해 시중은행과 2조3000억원 규모의 매입펀드 조성 등으로 4월 위기설을 넘겼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2024년 만기 도래분은 2조4000억원 가량으로 지금까지 확보한 자금으로 올해 PF 만기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새천년종합건설(105위), 선원건설(122위) 등 중견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중견 업계는 4월 위기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건설사들의 보증금 청구액을 보면 지난해 2354억원으로 전년보다 23.1% 증가했다. 보증금 청구액 증가는 건설 현장의 경기와 직접 관련돼 있다고 건설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보증금 청구는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할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설비업체 관계자는 “원자재가격이 올랐는데 공사비를 추가로 받지 못하는 것이 앞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며 “전문건설업체나 규모가 작은 종합건설사들이 공사비 문제로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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