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정치가 금융시장 좌우

2024-03-26 13:00:01 게재

이코노미스트지

“불확실성 커져”

지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에너지와 대마초 주식이 잠시 시장의 사랑을 받았다. 친환경 정책 추진, 대마초 합법화가 예상되면서 ‘바이든 수혜주’로 꼽혔기 때문이다. 해당 부문을 다루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선거 두달 전부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전까지 100% 넘게 상승했다. 선거가 끝나고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줄어들면서 다시 하락했다.

현재 미 대선은 어떨까.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리턴매치’인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의 공약은 상당부분 비슷하다. 둘 다 보호무역주의를 지향하고, 둘 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할 작정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크다. 트럼프는 미국 국방예산에 대한 유럽의 무임승차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은 2025년 만료되는 트럼프1기 감세정책을 갱신하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해 녹색정책 지출을 화석연료 부문으로 돌릴 계획이다. 바이든은 멕시코를 ‘우방’으로 여기는 반면, 트럼프는 멕시코를 ‘골칫거리’로 여긴다.

이는 일부 기업은 혜택을 보는 반면 다른 기업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군사비 지출이 증가하면 유럽 방위산업체들이 활기를 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IRA를 철회하면 태양광발전 업체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는 타격을 입는 반면 석탄발전 기업들은 행복해질 전망이다. 투표가 접전으로 흘러 패배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면 건축유리 제조사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

투기세력들은 그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선거결과에 베팅한다. 실제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 주식 포트폴리오와 그러한 시나리오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숏 포지션(매도) 흐름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 베팅 흐름과 유사하게 움직인다.

물론 정치에 신경쓰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면서 그같은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가 전체 주식시장 수익률, 국채 또는 통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과거 미국 대선들에서 선거결과와 이후 전체 주식시장 성과 사이에는 명확한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정치를 외면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나 2022년 리즈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 실책을 무시한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브렉시트 투표가 실시되기 전까지는 정치적 위험 척도와 옵션으로 측정한 파운드화의 변동성 사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두 지표는 서로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의 사례는 돌발사례라기보다는 전세계적 추세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각국의 재정지출 공약은 예측할 수 없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미국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경기부양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날 미국채 수익률은 0.1%p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을 교체하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할지, 아니면 트러스 총리를 연상케 하는 트럼프의 ‘바보 리스크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금리가 상승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며 “하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정치의 중요성은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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