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닥치니 정치공방으로 변질된 ‘물가·민생’

2024-03-27 13:00:18 게재

경제부처, 보여주기식 물가정책 ‘경쟁’

거대양당도 근본처방 대신 미봉책만

물가와 민생이 정치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 4.10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금값 사과’로 촉발된 식탁물가 고공행진으로 총선민심이 악화되자 당정이 총력전에 나섰다. 경제부처 장차관들은 일제히 현장을 찾아 ‘물가안정’을 다짐했다. 사과값을 잡겠다며 수천억원 혈세를 투입, 외국과일을 무관세로 들여오기로 했다.

문제는 근본처방은 보이지 않고 손쉬운 미봉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출렁이는 총선 표심에 마음이 다급한 탓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은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875원 대파’ 촌극을 빚은 게 대표 사례다.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가민심’에 높아진 정권심판론에 고무된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1인 25만원 지급’이란 카드를 꺼냈다. 역시 미봉책이다. ‘선심성 공약’이란 비판에 할 말이 없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연일 ‘물가 현장행보’에 나섰다.

지난 25일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하나로마트 성남점을 방문, 물가안정 대책 이행상황을 점검했다. 21일에는 3명의 경제부처 장차관이 출동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충남 천안 오이 재배농가를 찾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마트 용산역점을 찾았다. 18일에는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이 대전 도마큰시장을 현장방문했다.

하지만 과일값 안정에만 15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정부대책을 놓고 ‘보여주기식 미봉책’이란 비판이 크다. 실제 지난 19일 정부가 발표한 물가안정대책은 수입은 더 풀고 관세를 낮추고 민간 할인행사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수십년 써먹던 재탕정책이다. 식품업계에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정책 역시 수년째 반복했지만, 큰 효과가 없던 대책이다. 수입 확대와 할인행사 예산지원을 통한 가격하락 유도가 효과를 낼지도 의문이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내려갈 수는 있어도 예산을 계속 투입할 수는 없어서다. ‘건전재정’을 예산편성 핵심기조로 하겠다는 정부방침과도 어긋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재정 투입을 반복하면서 물가안정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 이때문에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선 땜질식 가격통제정책이 아니라,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꾸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등 거시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격할인 정책이 중장기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중장기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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