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기술금융’ 대수술…기술력 있는 기업 ‘금리인하’

2024-04-03 13:00:03 게재

은행, 실적 높이려 일반대출도 기술금융 포장

기술신용평가사 독립성 강화, 관대한 평가 방지

담보가 없고 매출이 크지 않아도 기술력 있는 기업에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기술금융제도가 시행 10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은행들이 기술금융 실적을 높이기 위해 엉터리 기술평가로 기술금융을 일반대출에 확대 적용했으며 대출받은 기업들은 실제로 대출한도와 금리에서 얼마나 혜택을 받았는지 알지 못하는 ‘깜깜이 대출’이 관행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8개 은행 부행장, 6개 기술신용평가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술금융은 기술기업의 자금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2016년 대출잔액은 92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04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1041조4000억원)의 29%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양적으로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기술금융의 목표인 기술기업에 대한 우대, 신용대출 증가 효과를 질적으로 따져보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검사와 감사원 감사결과 일반대출을 기술금융실적에 포함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은행들은 기술금융 대상이 아닌 기업에 대해서도 평가를 의뢰했고, 평가회사에 관대한 평가결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기술신용평가사는 은행으로부터 보다 많은 평가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은행 요구를 그대로 따랐다. 또 기술금융으로 받은 대출이 일반 대출에 비해 얼마나 금리혜택이 주어지는지도 불분명했다. 은행들이 금리인하 여부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고 기업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금융위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테크)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술금융대출의 평균금리는 4.27%, 일반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는 4.37%로 큰 차이가 없었다. 기술금융 개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은 기술등급별 금리인하 폭을 내규에 반영하고, 대출 실행 후 금리 정보 및 대출 잔액 등을 신용정보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은행 테크평가시 기술등급별로 더 높은 금리인하를 한 은행에 가점을 부여함으로써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신용평가사의 독립성도 강화된다. 은행이 평가사에 물량을 배정할 때 중점 기준을 ‘평가품질’에 맞추도록 하고 금융당국이 테크평가에서 사후 점검할 방침이다. 또 은행 본점이 지점에 평가사 2~3곳을 추천하도록 해서 지점의 영향권에 휘둘리지 않게 했다.

이와함께 평가사들이 관대한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기술평가의 등급 판정 기준을 엄격히 하고 기술평가 가이던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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