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90달러 돌파 임박…“4월 이후 물가안정” 공염불?

2024-04-04 13:00:01 게재

국제유가 5개월 만에 최고가 … 불안한 국제정세에 급등세

정부 “물가, 4월부터는 점차 안정” 기대했지만 암초 만났다

국제유가가 최근 5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과일값 폭등으로 비상이 걸린 물가당국에 악재가 하나 더 생긴 꼴이다. 지난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며 3%대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이끌었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바라보고 있어 향후 물가 전망도 불확실하다.

하반기 물가안정을 예측했던 정부로서는 곤혹스럽다. 지난 2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제유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 국제정세 불안에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이스라엘, 이란 영사관 폭격 =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4일 기준 전날보다 0.38달러(0.43%) 오른 배럴당 89.63달러를 기록했다. 89.46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0.13달러 오른 85.56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 선물은 0.43달러 오른 89.3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오름세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근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2개월 연속 같은 값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석유류의 기여도는 0.05%p로, 전월(-0.06%p)보다 0.11%p 확대됐다. 같은 기간 외식 등 개인서비스(-0.10%p), 농축수산물(0.02%p), 가공식품(-0.05%p)에서 나타난 기여도 변동보다 확연히 크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제유가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과일·농산물에 이어 석유류 가격이 국내 물가의 최대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오름세는 더 불안해진 국제정세 탓이 크다. 최근 산유국 모임인 OPEC+가 2분기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상승 우려가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정유소를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국제정세가 악화되면서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정부 물가대응 한계점 오나 = 국제유가 오름세에 따라 국내 기름값도 1년여 만에 상승 반전돼 심상치 않다. 이 추세라면 자동차 연료뿐 아니라 하반기 전기료 인상 압력까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제외하고 기름값을 내릴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오름세는 2~3주 뒤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로 국내유가에 반영되는데, 국제유가가 2월보다 3월에 올라 4월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며 "국제유가 동향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제유가 추세라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국내 물가 인상을 압박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50원, 경유 가격은 1541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열흘 넘게 오름세다.

이 추세라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휘발유 25%·경유 37%)를 한 차례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세수 등 재정 측면을 고려하면 유류세 환원이 필요하지만 기름값을 누를만한 카드는 별로 없다. 유류세 인하 없인 기름값이 단숨에 리터당 200원을 넘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반기쯤 과일과 농산물 가격이 안정화되면 전체 국내물가도 잡힐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었는데,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란 암초를 만난 격이 됐다”고 우려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