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전히 떠오르는 경제대국

2024-04-05 13:00:42 게재

포린어페어스 “과소평가 금물”

2019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많은 이들이 중국경제가 정점을 찍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초 연두교서에서 “중국은 퇴보하고 있다. 미국이 떠오르고 있다(They've got it backwards … America is rising)”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미약한 가계지출, 민간투자 감소, 고착화된 디플레이션을 지적한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기는커녕 장기불황, 심지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니컬러스 라디 박사는 3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이는 중국경제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주택시장 침체, 일부 첨단기술에 대한 미국의 차단, 노동인구 감소 등 여러가지 역풍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1970년대 후반 경제개혁의 길에 들어서면서 많은 도전을 극복했다. 최근 수년 동안 성장이 둔화됐지만 앞으로 수년 동안 미국의 2배에 달하는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 왼쪽)이 4일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 도착해 랴오민 중국 재무차관 등의 환영을 받고 있다. EPA = 연합뉴스

중국경제 정점론에 대한 오해

라디 박사는 중국의 경제잠재력에 대한 비관론에 몇가지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경제 규모에 수렴하는 중국경제의 발전이 정체됐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21~2023년 중국 GDP가 미국 GDP의 76%에서 67%로 하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중국 GDP는 글로벌 팬데믹 직전인 2019년보다 20% 더 커진 반면, 미국은 8% 성장에 그친 것도 사실이다.

이 역설적 상황은 2가지 요인에 따른 것이다. 첫째, 지난 수년 동안 중국 인플레이션은 미국보다 낮았다. 지난해 중국 명목 GDP는 4.6% 성장으로, 실질성장률인 5.2%보다 낮았다. 반면 2023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은 미국 명목 GDP는 6.3% 성장했지만 실질 GDP는 2.5% 성장에 그쳤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0.25%에서 5.5%로 5%p 이상 인상하면서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달러표시 자산이 인기를 끌었다. 반면 중국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3.70%에서 3.45%로 인하했다. 중국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커지면서 중국으로 유입되던 해외자본이 역전됐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0% 하락했다. 약화된 환율에 기준해 달러로 환산하면 중국 GDP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물가가 회복세를 보이며 위안화로 측정된 중국 GDP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달러로 측정된 중국 명목 GDP는 올해 미국을 향해 수렴하기 시작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약 10년 후에는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두번째 오해는 중국의 가계소득, 지출, 소비심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이 역시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게 라디 박사의 주장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실질소득은 6% 증가했다. 코로나 봉쇄기간이었던 2022년 성장률보다 2배 이상 높다. 1인당 소비는 9% 증가했다. 소비심리가 약해지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가계는 정반대로 소득보다 소비를 더 늘렸다.

세번째 오해는 중국에 물가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돼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가계는 여전히 낮은 물가를 예상하고 소비를 줄였다. 이는 수요가 감소하고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라디 박사는 “하지만 핵심물가(식품·에너지 제외)가 실제로 0.7% 상승했기 때문에 그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중간재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는 에너지 및 기타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원자재 가격의 글로벌 하락과 일부 공산품에 대한 중국의 상대적으로 약한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잠재적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대한 기업의 투자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국기업들이 투자보다는 부채상환을 선호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기업들은 절대적인 규모와 GDP 대비 비중 모두에서 차입을 늘렸다. 그리고 제조업과 광업, 유틸리티, 서비스업 투자가 증가했다. 경기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민간투자도 실제로는 늘어

또 다른 오해는 부동산 투자 급감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2023년 착공된 신축건물 수는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부동산 투자는 20% 감소에 그쳤다. 이는 개발업체들이 이전에 시작한 주택 프로젝트 완공에 더 많은 지출을 할당했기 때문이다. 2023년 주택완공면적은 78억제곱피트 증가해 사상처음 주택착공 면적을 앞질렀다.

라디 박사가 지적한 마지막 오해는 중국 기업가들이 낙담해 자금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말부터 중국정부는 알리바바를 비롯한 대형 민간기업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1978년 경제개혁이 시작된 이래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 민간투자는 국유기업 투자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1978년 사실상 0%에 불과했던 민간투자는 2014년 전체 투자의 거의 60%를 차지했다. 민간투자는 일반적으로 국영투자보다 생산성이 높다. 때문에 전체 투자에서 민간비중이 확대된 것이 이 기간 중국의 빠른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추세는 2014년 이후 최고지도자에 오른 시진핑 주석이 자원을 국영부문에 공격적으로 재배치하면서 역전됐다. 2023년 민간투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불과했다. 때문에 시 주석이 집권하는 한 기업가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주저하고 국외로 부를 유출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런 비관론도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첫째, 2014년 이후 전체 투자에서 민간비중이 감소한 건 대부분 민간기업이 주도하던 부동산 시장의 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산을 제외하면 2023년 민간투자는 거의 10% 증가했다. 일부 저명한 중국 기업가들이 중국을 떠났지만 3000만개 이상의 민간기업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또 공식적으로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가족기업의 수는 2023년 2300만개가 늘어 총 1억2400만개가 됐다. 이들이 고용하는 인원만 약 3억명이다.

라디 박사는 “중국이 많은 문제에 직면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과장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서방은 중국의 도전에 안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 중국은 전세계 경제성장의 약 3분의 1을 계속 기여하면서, 특히 아시아에서 경제적 입지를 넓혀갈 것이다. 미국은 이를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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