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긴박 상황 법적 판단 연속”

2024-04-05 13:00:53 게재

인터뷰 - 송지연 경찰청 마음동행센터 책임상담사

심리소진에 식욕·수면장애도

“직장·동료의 적극 개입 필요”

경찰은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직업군에 비해 더 높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다. 보건복지부도 2016년 경찰을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지정한 바 있다. 2018년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에 따르면 인구 10만명으로 환산 시에 자살률은 소방관이 연 10명, 경찰관은 약 20명으로 나타났다.

내일신문은 최근 2013년부터 경찰관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하는 송지연 책임상담사를 만났다.

14년 차 베테랑인 송 상담사는 전국 18곳에 설치된 경찰 트라우마센터인 ‘마음동행센터’에서 전문적인 진단과 상담, 치료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이 트라우마를 더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대·파출소 경찰의 경우 출동할 때마다 초동 조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제한된 정보를 갖고 출동하기 때문에 갖는 불안감이다. 단순 신고가 칼부림으로 번지기도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조하고 법적 판단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감이 높다. 여기에 다치거나 사망하는 것을 목격하면 또 영향을 받는다. 상시 긴장상태이기 때문에 심리적 소진을 겪을 가능성이 높게 된다. 사망 현장보다 사망 과정을 목격하는 게 더 힘들다고도 한다. 특히 자녀 또래의 아동 사망이나 학대 사건을 접하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수사 분야 경우도 사건을 맡으면 끝날 때까지 거기에 투입되어야 하고 계속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되는 업무 압박감이 심하다. 언론 보도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사건이 현장과 외부 여러 곳에서 노출되기 때문에 ‘남 일 같지 않다’는 말도 한다.

●어떤 증상들을 호소하나

우선 식욕과 수면 변화가 있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공황장애를 겪는 분도 있다. 몸이 아픈 줄 알았다는 분들도 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호흡이 안 되는 증상을 심리적 요인으로 보지 못하고 심장 문제로 생각한 경우다. 병원을 거쳐 센터로 오기도 한다. 피로감이 너무 심해 쉬어도 낫지 않는 경우도 몸의 문제가 아닌 우울함이나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 일 수 있다. 직업 특성상 경찰은 누구를 돕고, 해결하는 일을 하다 판단력이 좋아야하고, 강인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심리상담을 받는다면 약한 것 아닌가, 주변에서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 염려하는 측면도 있다. 외국도 사례가 비슷하다. 경찰이 심리상담 접근의 어려움을 완화하려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요즘 기업은 사내 상담 환경도 잘해 놓고 있다.

●어떻게 상담하게 되나

부서를 정해 순번대로 오는 지정상담과 자발적인 상담이 있다. 경찰병원센터는 자발상담이 더 많다. 지정상담을 통해 자각을 못하고 있다가 정신건강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불안 정도가 심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같이 한다. 앞만 보고 달렸고, 긴장하다 힘든 줄 몰랐다가 상담 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깊어졌다는 분도 있다. 스트레스에 대한 정보와 이완 방법을 알고 빠르게 안정을 찾기도 한다. 경찰도 인간이고 상황, 사건에 따라 마음이 아플 수 있고 약해질 수 있다. 그때 도움받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센터 이용 후에 우울 등 마음건강 위험도가 감소하고 주의집중력이나 인지속도가 증가했다는 결과도 있다.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어떻게 하면 좋은가

우선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오감에 좋은 자극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향, 시각적 편안함, 촉감 등이다. 운동으로 풀어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긴장이 올라가면 몸이 굳고 갇히게 되는데 그걸 움직여 풀어주는 것이다. 상담사들도 경찰들에게 말하는 것을 하고 있다. 서로 교류하고 상담받으면서 균형을 잡고 있다. 고위험 경찰의 발견과 관리, 직원 지원 프로그램 도입, 위기상황 스트레스 관리 기법 보급 등도 중요하다. 동료와 가족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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