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다시 강화되나

2024-04-09 13:00:01 게재

행정처 “근거없는 사법행정자문회의 운영 불가”

법관대표회의, ‘사법행정 자문기구’ 연구·논의

의장 김예영·부의장 이호철 부장판사 선출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시행된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사법정책자문위원회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이 다시 강화될지 주목된다. 법원행정처가 대안 마련을 검토한 가운데 또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 대책의 하나로 상설화된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분과위원회에서 검토 후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8일 오전 10시부터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4년 상반기 정기 회의를 열고 대표회의 산하 사법행정제도 및 기획예산 분과위원회에 ‘사법행정 자문기구’에 관해서 연구 및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제도 분과위원회 등에서 재판 지연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심의하기로 했다.

법관회의는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전국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인 회의체다. 2018년 3월 대법원규칙이 제정되면서 공식 기구가 됐다. 이번 회의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 열렸으며 온·오프라인으로 109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법행정자문회의 폐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진행됐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따른 대책의 하나로 시행됐지만 법적 근거가 없고, 대법관 회의와 차별성이 없어 실효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구성원은 △대법원장(의장) △법원장 회의 추천 법관 2인 △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 3인 △법원 외부 인사 4인 총 10명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법과 원칙에 따라 사법행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혔다”며 “그 일환으로 사법행정회의에 관한 입법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토대로 출범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바람직한 기구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연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법원조직법의 전체 내용과 입법 취지, 과거 사법행정 관련 다양한 자문기구의 도입 과정과 운영 모습, 성과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법원조직법 제25조에 근거를 둔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충실한 우선적인 자문방안이라고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 과정에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통해 사법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개선된 점 또한 높게 평가하고, 그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반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관 대표들 중 일부는 사법정책자문위의 성격(사법행정자문회의 대체냐, 보완이냐)에 대한 논란과 함께 법원조직법에 근거를 둔 ‘위원회’가 ‘자문회의’ 보다 더 강력해 찬성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참석자는 자문회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회의는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사법행정 자문기구’에 관해 사법행정제도 및 기획예산 분과 위원회에서 연구 및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자문회의의 성과나 한계 등에 관해 검토한 뒤 추후 열리는 회의에서 개선안을 마련하고 표결에 부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또 다른 안건이었던 ‘재판 지연 문제’에 관해서는 재판제도 분과위원회에서 연구·논의하기로 했다. ‘오후 6시 이후 재판 자제’ 등 내용을 담은 정책추진서를 공무원노동조합과 체결한 것이 불법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향후 이러한 형태의 협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형사전자소송의 경우 수사기관 등과 시스템 연동 및 협의에 어려움이 있어 당초 시행이 예상됐던 올해 10월보다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회의에 참석해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이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합심해 노력할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관회의에서는 김예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신임 의장으로, 이호철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부의장으로 각각 단독 입후보해 선출됐다.

김 부장판사는 진보성향 학술모임으로 분류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설립을 이끈 판사 중 한 명으로, 2017년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구성한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실무준비단’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토론회에서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김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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