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미국채 팔고 유럽국채 산다

2024-04-11 13:00:02 게재

핌코, JP모간, T로우프라이스 등

유럽 금리인하 더 빠를 것에 베팅

미국 월가의 대형 투자기업들이 유럽이 미국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미국채를 매도하고 유럽국채를 매수하고 있다.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핌코와 JP모간자산운용, T로우프라이스 등은 최근 유럽국채에 대한 노출을 늘렸다. 이로 인해 독일분트(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미국채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2%p로 확대됐다.

JP모간의 최고투자책임자 겸 글로벌채권책임자인 밥 미셸은 “유럽의 금리인하 경로는 미국보다 더 명확하다”며 “연준의 경우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경제적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럽국채를 평소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더 많이 매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엇갈리기 시작하면서다. 유럽 경제가 약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고 있어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더 많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베팅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ECB가 연말까지 3~4회의 금리인하를, 연준이 2~3회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이나 금리인하 임박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국채 매도 분위기가 형성돼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움직임이 더 크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0.5%p 상승한 4.4%인 반면 독일분트 수익률은 0.3%p 상승한 2.4%다.

핌코의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인 앤드류 볼스는 “올해 미국채보다 유럽 국채와 영국 국채를 선호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조정되고 있다는 증거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핌코는 지난주 발표된 연준 고용보고서에 따라 올해 미국 금리인하 폭을 3%에서 2%로 낮췄다.

11일(현지시각) 발표된 3월 미국 명목인플레이션은 3.5%, 핵심물가(식품·에너지 제외)는 3.8%로 시장기대치를 웃돌았다. 1월과 2월 물가상승률도 분석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한 바 있다. 반면 지난달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2.4%로 예상보다 낮아 ECB가 올 여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1조4000억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T로우프라이스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 쿠엔틴 피츠시몬스는 “ECB가 6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확신이 크다. 반면 미국의 경우 물가지표가 높아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하려는 생각에서 후퇴하게 만들고 있다”며 “독일분트를 비롯한 유로존 채권 비중을 높이고 미국채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 포트폴리오매니저인 데이비드 로갈은 “미국의 경제성장세는 유럽보다 더 탄력적”이라며 “부분적으로는 미국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크고 정부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글로벌 제조업 환경에 더 민감하고 재정지출 충동도 덜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미국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1%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독일은 1.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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