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투자위험 커져 ‘블라인드펀드’까지 추적

2024-04-12 13:00:34 게재

금감원, 손실에 따른 금융사 건전성 관리

사업장·투자건별 DB 구축작업 1차 마무리

해외부동산 투자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단일 투자건 뿐만 아니라 블라인드펀드 투자에 대한 확인에 나섰다. 당초 블라인드 펀드는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규모가 큰 투자 건에 대해서는 추적을 벌이고 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투자를 사업장·투자건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1차 작업을 마쳤고, 리스크 분석을 위해 상세 데이터를 확인하는 보완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 목적으로 개별 부동산에 투자하는 단일 자산(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여러 곳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와 재간접 펀드에 투자한 복수 자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사업장 파악이 어려워 추가적인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모으고 이후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보고서에 투자대상이 기재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블라인드펀드 운용사 상당수가 해외에 있다는 점도 확인이 쉽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원으로 이중 단일 자산 투자는 35조8000억원, 복수자산 투자는 20조5000억원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 36.3% 가량은 투자 부동산에 대한 정확한 리스크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

단일 자산 투자 35조8000억원 중 2조3100억원이 투입된 사업장에서는 이미 기한이익상실(EOD, 만기 전 대출 회수) 사유가 발생했다.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투자는 북미와 유럽지역에 집중돼 있다. 북미 지역이 34조5000억원으로 61.1%, 유럽지역이 10조8000억원으로 19.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CRE) 공실률은 올해 1분기 기준 20~30%에 달해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최근 미국의 CRE 공실률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유럽은 상반기까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해외사무소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적극 수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주목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낮출 경우 상업용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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