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낮추기’ 전방위 압박…버티던 저축은행 매각 나서나

2024-04-23 13:00:01 게재

부동산PF 경·공매 ‘형식적 넘기기’ 관행 바뀔까

내달 매각할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규모도 관심

금융당국, 현장 점검과 규제완화 … 강온 전략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를 위한 전 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그동안 버텨온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해서 10%를 넘어갈 경우 지난해 새마을금고와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만큼 연체율이 상승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실채권을 헐값에 넘기기보다는 보유하고 있다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경제 여건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PF 연체율과 함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상환 관련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연체율 관리계획을 제출받은 후 관리계획이 미진한 10여곳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1분기 잠정 집계된 연체율을 토대로 관리계획을 제출 받은 후 연체율 낮추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을 상대로 사실상 연체 채권 매각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또 금융당국은 연체가 발생한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해 경·공매를 통한 사업성 재편 등 구조조정을 강조해왔지만 사실상 경·공매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체가 발생한 부실(고정이하여신) 사업장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돼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업권의 부실채권 정리 기준에 따르면 6개월 연체가 발생한 사업장은 경·공매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이 사업장을 공매로 넘길 때 최저입찰가격을 대출원금 수준으로 정하는 등 가격을 낮추지 않아 대부분 유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사업장을 넘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또 형식적 공매를 통해 사업장이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분류되는 것을 막아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도 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형식적 경·공매를 막기 위해 저축은행중앙회는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의 경우 연체 후 3개월 단위로 주기적 경·공매를 하는 표준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핵심은 적정 공매가를 정할 때 매각 가능성과 직전 공매회차의 최저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00억원에 내놓은 사업장이 낙찰되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90억원, 80억원으로 가격을 낮추도록 한 것이 저축은행중앙회 표준규정 개정을 통한 경·공매 활성화 방안”이라고 말했다.

PF사업장 경·공매와 함께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은 연체율 관리를 위해 중요한 한축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새출발기금에만 넘길 수 있었던 제한을 풀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부실채권(NPL) 전문투자회사에도 연체 채권 매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채권 과잉추심을 막기 위해 차주의 의사에 따라 연체채권이새출발기금 외의 기관에 매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또 차주가 내용증명을 수신했으나, 1개월 간 회신이 없는 상황이 3회 이상 반복되는 경우 (최소 3개월) 매각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체 채권 매각 채널 확대는 2월부터 시작됐고, 내달 이 같은 절차를 거친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이 본격화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로부터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의사를 최종 확인해서 내달 NPL전문투자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강온전략을 변행, 부동산PF 경·공매와 개인사업자 연체 매각 확대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들을 추가로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들에게 ‘경락잔금대출 관련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했다.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처분 시 실행한 매입자금대출은 PF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경락잔금대출은 경·공매 낙찰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해당 금융기관에 잔금을 빌리는 대출을 말한다.

지난해까지 토지담보대출은 담보 평가액 비율 130% 이상을 유지하면 일반대출로 분류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PF대출과 마찬가지로 충당금을 쌓고 신용공여 총액의 100분의 20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가 이뤄졌다. 이럴 경우 신용공여 한도를 넘어가는 경락잔금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번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저축은행의 경락잔금대출은 올해 연말까지 PF 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이와함께 저축은행이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 채널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NPL를 취급하는 자산운용사 등이 채권을 매입할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연체 채권을 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매입 대상 기관 확대를 요구해왔다.

다만 과도한 채권 추심으로부터 채권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금융당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대부업체에 연체 채권을 넘기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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