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 동남아시장 지키기 안간힘

2024-04-23 13:00:01 게재

핵심거점 태국서 점유율 80% 깨져

중국 전기차 등 추격전 갈수록 거세

도요타 등 픽업 성능·가격 개선 나서

일본 자동차업체가 안방과 다름없는 동남아시장에서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방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자동차(EV)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는 성능을 개선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태국은 동남아 각국 가운데 일본의 경제적 지배력이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금융 등 전분야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최근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달 말 태국 수도 방콕에서 열린 국제모터쇼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태국 자동차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했다. 지난해 태국 신차판매 대수는 77만5700여대로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 자동차 관련 대출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수요가 줄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태국 신차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은 77.8%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2022년 85% 수준에서 1년 만에 80%대가 깨졌다.

이러한 와중에 비야디(BYD) 등 중국업체가 EV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BYD는 2022년 11월 태국시장에 첫 진출해 지난해 3만400대 안팎의 EV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을 3.9%로 확대하는 등 중국 자동차업체의 태국시장 점유율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전년도 4.6% 수준에서 두배 이상 점유율을 확대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방콕에서 열린 ‘방콕국제모터쇼’에 중국은 8개 업체가 참여해 물량공세에 나섰다. 이번 모터쇼에서 개별 업체의 구매계약 건수를 보면 도요타가 8540대로 여전히 앞서지만, BYD도 5340대로 혼다(4600대)를 앞지르는 등 저력을 보였다.

중국 업체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데는 전기차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올해부터 BYD가 태국에 공장을 가동하면서 현지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태국 정부가 2022년부터 보조금을 지급한 이후 중국 업체의 태국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일본 업체의 방어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도요타는 ‘IMV’라는 브랜드의 픽업트럭으로 2004년 이후 태국 현지 생산을 통해 누적 27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픽업트럭은 태국 자동차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 보일 정도로 농촌지역은 물론 방콕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화물운송용으로 널리 팔리고 있다. 도요타는 태국의 국민차와 다름없는 픽업트럭을 지난해 개조해 소비자 요구를 더 반영하는 등 시장 방어에 나섰다.

가격도 내렸다. IMV시리즈의 경우 연수입 1만달러 수준의 소비자도 구입할 수 있도록 20% 정도 가격을 낮췄다. 도요타와 이스즈자동차 등은 픽업에도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V) 등을 장착할 예정이다. 야마시타 도요타 태국법인 대표는 “픽업은 태국 소비자에게 남다른 존재”라며 “환경오염 부담을 줄이면서 경제성과 실용성있는 차종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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