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민의 받들 골든타임, 이번까지”…윤 대통령 압박

2024-05-07 13:00:04 게재

신년대담·영수회담 이은 ‘먹을 것 없는 잔치’ 우려

‘김건희·채 상병 특검’ 수용, 국정전환 바로미터

“민생지원금 반대한다면 민생 대책 내놔라” 주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나는’ 맹탕 영수회담의 시즌 2에 그칠 가능성에 경고 발언을 쏟아냈다. 영수회담에서 외면했던 국정전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이번 총선 결과와도 맞닿아 있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채 상병 사망 특검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민생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면 다른 민생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 22대 첫 원내대표로 뽑힌 강성 친명인사인 박찬대 의원과 함께 국회의장 후보들까지 가세해 윤 대통령 비판에 날을 세웠다.

현충원 참배하는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7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재까지의 기류로 보면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면서 “이번 기자회견도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영수회담에서도 총선 후 발언이나 행보를 봐서 변한 게 없다고 평가했고 그래서 이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15분간 미리 10가지 요구를 준비해 말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을 상대로 이야기 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4일 ‘KBS와의 신년 대담’,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민주당 대표 회동’에 이어 3번째 ‘윤 대통령의 변함없는 국정운영 기조’를 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수회담과 비슷한 ‘1시간, 의제 제한 없이’ =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1시간, 의제는 제한이 없다. 기자 질문은 취임 2주년 소회와 소감에 이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해 10개 안팎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국민께서 아시고 싶어하는 부분에 소상하게 답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윤석열-이재명 회동과 비슷한 모습이다. 당시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10개의 요구사항(질문)을 쏟아냈고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동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해 입장을 설명했다. ‘수용 불가의 이유들’이었다.

민주당은 오는 9일로 예정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고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전날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21개월 만의 첫 대국민 소통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불통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 온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행보는, 이번 기자회견이 온전히 민의에 응답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럽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고는 “국민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라”며 “KBS와의 ‘약속 대담’ 에서처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박절하지 못해 받았다’는 식의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등의 총선 민의를 온전히 받들 수 있는 골든타임은 이번 기자회견까지”라고도 했다. 이어 “이번에도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답변을 회피한다면, 이번 기자회견도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르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장 후보 7~8일 등록, 목소리 높일 듯 =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앞둔 윤 대통령에게 강도 높은 압박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이번에 (기자회견에서) 채 해병의 진상조사와 관련된 특검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 (윤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셔야 될 것 같고 지난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대표가 제안했던 민생지원금 1인당 25만 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반대한다면 다른 민생 대책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하시고 싶은 말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자리가 되고 불편한 질문이 있다 하더라도 진솔하게 기자들의 질문과 국민들의 궁금한 점에 대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소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CBS라디오에 나와서는 “저번에도 영수회담 사실은 큰 기대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갔는데 역시나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저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비극”이라며 “채 해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도 밝히셔야 된다.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거부했다면 혹시 지금과 같이 어려운 민생 위기에서 다른 민생 회복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강도 높은 발언들도 이어질 전망이다. 모 국회의장 후보측 관계자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지난 영수회담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국정운영 방향 전환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장 후보 등록은 8일까지이다.

민주당 모 최고위원은 “9일 기자회견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다”면서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가려면 김건희 특검 정도는 받아야 할 텐데 그러한 세밀한 전략을 짤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상대로 국정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당은 기존 계획대로 쌍특검을 밀어붙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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