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전품목 가격상승, 기후변화 대응 뒷북

2024-05-09 13:00:23 게재

5월 들어 생산량 다시 감소 예측, 식재료 가격 급등에 할인판매만 반복

봄당근 생산량 전년대비 9.6% 감소 … 기후변화 대응 품종 개발 시급

경기 이천에서 꼬치구이 식당을 운영하는 20대 김모씨는 최근 개발한 매운꼬치 재료 조달을 위해 직접 청양고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매운꼬치가 잘 팔렸지만 최근 고추가격 상승으로 재룟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8일 “가격을 올릴 생각도 해봤지만 소비위축으로 손님이 떨어질까 걱정돼 아예 부모님과 직접 고추를 재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과 배 등 과일류에서 시작한 가격 상승이 농산물 전 품목으로 옮겨붙었다. 주요 식재료로 쓰이는 농산물 가격 상승은 김씨와 같은 자영업자에게는 치명적인 경영위기를 가져온다. 필수 식재료인 고추가격은 1년새 32.5% 올랐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른 필수 재료를 빼고 요리하는 식당이 나오는가 하면 주요 재료를 직접 재배하는 식당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방울토마토와 참외 등 주요 과채가격이 1년 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방울토마토 소매가는 지난 3일 기준 1㎏에 1만748원으로 1년 전보다 42.2% 올랐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방울토마토 판매대. 사진 연합뉴스

농산물가격은 품목별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다. 원인은 생산량 감소다. 정부는 생육기 생산량이 정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5월 들어 다시 생산량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

식당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당근과 양배추 가격 오름폭이 그중 컸다. 공급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에 따르면 봄당근 생산량은 2만4000톤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9.6%, 12.6%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생육기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근성장이 부진하고 평년 대비 이른 고온 현상으로 추대 발생 시기 또한 빨라 단수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양배추도 마찬가지다. 4월 도매가격이 1만7240원(8㎏)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상승했다. 이는 만생종 양배추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겨울양배추 저장량은 1만664톤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산지 작업 조기 종료로 저장양배추 출하 수요가 늘어나 재고량은 전년 대비 14.2% 감소했다. 재고량 감소는 소비자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당근과 양배추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은 수입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4월 당근 수입량은 1만1000톤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27.1%, 32.9% 증가했다.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수입당근 도매가격도 전년 대비 21.2% 하락해 수입산 선호 추세가 강해졌다. 5월 수입량도 8000톤으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올해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관측정보에 따르면 5월부터 사과 출하량은 전년 대비 29.1%, 배는 8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과일가격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농산물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농산물가격 상승은 불합리한 유통구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체계 붕괴에 있다. 농업계에서는 농업기술을 통한 품종 개량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산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올해 과일가격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지난해 냉해 폭우 탄저병 등의 재해와 병해충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꼽았다. 단기적인 소비 지원과 할인행사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산물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중장기적으로 이상기상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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