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서 재생에너지 떼어내야 늘어난다

2014-03-18 12:23:04 게재

"산업정책에 종속된 에너지정책으론 안돼" … 환경에너지부나 에너지부 신설 필요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이 실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에너지정책이 산업정책에 '희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에 종속된 에너지정책으로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폐석산을 태양광발전소로 바꾼 거금 에너지테마파크. 고흥=연합뉴스>

정부의 에너지정책 1순위는 바로 산업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출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대기업에 대한 특혜논란이 이는 이유다. 이 때문에 '값싼 에너지가격의 유지'가 에너지정책의 핵심내용이 돼왔다.

값싼 에너지가격→수출기업 경쟁력 강화→수출을 통한 경제성장 전략이 그동안 역대정부의 경제발전 모델이었다. 그 후과는 매우 크다. 원자력발전의 확대, 화력발전 공급 위주, 재생에너지 공급량 저조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산업발전을 위해 값싼 에너지가격을 유지하는 역대 정부의 정책 때문에 왜곡된 에너지 가격구조의 형성,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사회 전반의 에너지 이용효율이 매우 낮고, 재생에너지 보급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요를 관리하지 않고 공급 일변도의 정책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증가하지 않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커지더라도 동시에 총전력 공급량이 더 커지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증가하기 어렵다. 수요관리를 하지 않고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증가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산업진흥정책과 에너지정책을 한 곳에서 추진하지 않고 분리를 해야 한다.

세 가지 방안이 있다. 에너지·자원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 전부 환경부로 이관하거나, 에너지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기능만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방안,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담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중 첫 번째 안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렵다. 산업부에서 에너지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업무(신재생에너지과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을 분리해 환경부로 이관하거나, 기후변화 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두 방안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면밀히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에너지 공급과 수요관리·신재생에너지 업무를 분리한 사례는 독일과 호주가 있다. 독일은 에너지 공급은 경제기술부가 맡고, 수요관리 및 신재생에너지 업무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호주도 각각 자원에너지관광부와 기후변화에너지효율성부가 맡고 있다.

영국는 기후변화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 공급과 수요관리·신재생에너지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더 이상 산업부에 모든 에너지 정책을 맡겨놓아서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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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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