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생명의 빛, 모두 함께 밝혀야│①자살은 사회전체의 책임

삶의 만족도 낮고, 자살률은 제일 높아

2014-04-23 10:58:15 게재

멕시코보다 낮은 6.1점 … OECD평균 12.5명, 한국 28.1명

우리나라의 2012년 자살률이 6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총 1만4160명으로 한해 전보다 11.0%(1746명) 줄었다.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당)도 28.1명으로 전년(31.7명)대비 3.6명(11.8%)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도 2011년 43.6명에서 2012년 38.7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자살 사망자 수와 자살률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자살률이 추세적 감소로 방향을 트는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2002~2012년 기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2002년 8612명에 불과했던 자살자 수는 불과 10년만에 64.4%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17.9명이던 자살률은 10명 이상 늘었다.

더구나 OECD국가간 자살률 비교에서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최악의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OECD가 집계한 2012년 표준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29.1명으로 평균치 12.5명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으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외에 평균치를 넘는 국가는 폴란

드(15.1명), 핀란드(16.4명), 일본(20.9명) 등 3개국이지만 이마저도 우리와 격차가 상당하다.



2012년 자살사망 줄기는 했지만= 일단 2012년 통계가 개선 조짐을 나타내긴 했지만, 자살이 사망원인 4위에 오른 점을 변함이 없었다. 자살은 2002년까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8~10위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1년부터 4위로 떠올랐다.

연령별로는 10대부터 30대까지는 자살이 사망원인 1순위였고, 40대와 50대는 암에 이어 2위였다. 특히 20대는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43.3%나 됐고, 30대 34.4%, 10대 27.3%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모든 연령층에서 전년대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감소했지만, 연령이 많아질수록 자살률이 오르는 현상은 여전했다. 2012년 20대 자살률은 19.5명이었으나 30대 27.3명, 40대 30.9명, 40대 35.3명으로 늘었고 60대는 42.4명으로 20대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또 70대는 73.1명, 80대 이상은 104.5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녀 모두 전년대비 자살 사망률이 각각 11.8%, 10.4% 감소했다. 하지만 남성의 자살률은 38.2명으로 여성(18.0명)보다 2.12배 높았다. 남녀간 자살률 성비는 10대가 1.17배로 가장 낮고, 이후 증가해 60대의 성비가 3.35배로 가장 높았다.

자살률을 1년 전과 비교하면, 20대와 60대의 감소폭이 각각 19.7%, 15.4%로 가장 컸다. 이어 50대(-14.3), 70대(-13.4%), 80세 이상(-10.6%), 30대(-10.4%)의 순이었고 40대(-9.2%)와 10대(-7.3%)는 감소폭이 적었다. 2012년 자살은 연중 4월(9.5%), 5월(9.5%)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12월(6.5%)과 1월(7.2%)에 가장 적게 발생했다.

사회적 고립도, OECD 평균의 두배 = 이처럼 자살률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국민의 낮은 삶의 만족도와 높은 사회적 고립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이 최근 새로 구축한 '국가주요지표'에 따르면, 지

난 2010년 조사한 우리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에서 6.1점으로 일본과 같았고 멕시코(6.8점)보다도 낮았다. OECD 평균은 6.7점이고, 영국(7.0점), 미국(7.2점), 호주(7.5점), 덴마크(7.8점) 등은 모두 7점 이상이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여전히 세계 최장 수준이었다. 2012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2위인 미국(1798시간)보다도 294시간이 많았다.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매주 5.7시간 일을 더 한다는 뜻이다.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적은 독일과는 무려 775시간이나 차이가 났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고립도도 20.2%로 OECD 평균 8.9%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사회적 고립도는 힘든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사회적 관계망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2명은 응급상황에서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반면, 스웨덴은 이 비율이 3.8%에 불과했다. 고립도가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일본도 10.3%로 우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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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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