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스토리, 지역발전 성공사례│① 광주 대인예술시장

예술가와 상인이 함께 만든 '대박 야시장'

2014-12-04 10:19:11 게재

예술가는 창작물, 상인은 상품 판매, 문화공연도 진행 … 사람들로 '북적'

우리나라 최대의 지역발전 종합행사인 '2014 지역희망박람회'가 3일부터 6일까지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지역발전정책 성공사례로 꼽힌 '광주 대인시장'과 '완주 두레농장'의 사례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전체 매장의 30%가 비어있었을 만큼 침체됐던 지역의 한 재래시장이 사람들 북적이는 곳으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이 그 주인공.

이곳에선 6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둘째주 금~토요일 '별장'이라는 행사가 열리는데, 이틀 동안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온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에서는 6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둘째주 금~토요일 야(夜)시장을 연다. 이틀 동안 200여 셀러들이 다양한 작품과 제품을 내놓고,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복덕방 프로젝트'가 시발점 = 광주시 동구 구시가지에 위치한 대인시장은 1959년 5월 공설시장이란 이름으로 처음 개장했다.

인근에 광주역, 광주공용버스터미널, 전남도청, 광주시청, 농산물공판장이 자리잡고 있어 한 때 335개의 점포가 운집, 사람들 북적이던 호남 최대의 재래시장이었다. 대인시장은 도시의 성장과 함께 1970~80년대 황금기를 보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광주역, 광주버스터미널, 전남도청이 차례로 이전하면서 도심이 쇠락했고, 대형마트가 속속 생겨났다. 결국 2008년에는 대인시장 내 105개의 점포가 비었으며, 동구에는 빈집이 610여개에 달했다.

대인시장에 새로운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제 7회 광주비엔날레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복덕방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5명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빈 점포를 임대해주고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예술가와 상인, 그리고 시민들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 곳곳에 그려진 벽화로 유명해진 '복덕방 프로젝트'는 비엔날레 기간 동안 큰 주목을 받았고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광주시는 2009년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예술가들 작품과 기존 상인들의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국내 최초의 예술을 통한 상업공간으로 조성했다. 예술가들과 이들의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조금씩 활기를 찾아갔다.

대인시장이 광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된 건 상인과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기획안 야(夜)시장, '별장'이었다.

◆행사 이틀동안 1만명 이상 방문 = '별장'은 상주 예술가를 중심으로 입주상인과 시민판매상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장 속 축제다. 예술가들은 소품과 창작물을 팔고, 시장 상인들은 상품을 판매한다. 젊은이들에게는 색다른 밤 문화를 제공했고, 중장년층에게는 재래장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외국인들의 발길도 점점 늘고 있다.

한산하기만 했던 대인예술시장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현재 25개의 작업실에서 42명의 청년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6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둘째주 금~토요일 열리는 '별장'을 보기 위해 이틀 동안 200여 셀러들이 다양한 작품과 제품을 내놓고,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대인예술시장을 찾는다.

상인과 예술가,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주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상인 프로그램은 △스타브랜드 점포를 발굴하고 개발을 지원하는 '대인의 별' △입점 상인들의 휴먼 스토리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대인 영상일기' △상점 및 노점 진열대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그대를 위한 별판' 등이다.

또 예술가 프로그램은 △시장 내 소규모 공간을 활용한 '한평 갤러리' △예술가들의 창의적, 실험적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창작공간 △레지던스 지원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민들을 위해서는 △학생, 예비창업자, 예술가가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민문화창작소, △대인예술시장 투어프로그램인 '소풍유락' 등이 있다.

◆공동체 회복으로 지역발전 모델 구축 =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는 노후화된 시설개선, 고객편의시설 확충 등 기존 설비 중심의 재래시장 재생 프로그램 형태를 벗어난 것이 특징이다. 예술과 시장의 결합을 통한 차별화된 공간 구축, 예술가들과 상인들의 주도적 프로그램 개발, 이질적인 계층간 신뢰관계 정착 등 공동체 회복으로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서울 중앙시장, 전주 남부시장, 정읍 샘골시장 등 현재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래시장 문화재생 사업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대인예술시장은 예술 문화 활동과 거리가 멀어지기 쉬운 지역 주민들에게 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 인재들에게는 창작 활동에 전념하면서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인들에게는 활발한 경제활동의 기회를 주는 등 계층간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지역 문화 융성의 훌륭한 사례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예술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를 비롯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돼 대인예술시장은 아시아 문화예술 활성화의 거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광주시는 2014년에 라디오방송국, 시장정보 콘텐츠 강화, 천정형 시장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 등 총 4개 ICT 프로그램에 1억6000만원을 투입, 첨단 ICT 기술과 재래시장이 융합된 흥미로운 공간을 창출했다.

전고필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총감독은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상인들의 공동체 정신"이라며 "경험하지 못한 예술가들의 삶을 이해해주고, 기꺼이 시장에서 받아 줘 상생의 마당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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