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안지혜 '에트리카' 대표

패션으로 아프리카 빈곤과 싸우다

2015-07-03 10:34:12 게재

안지혜(27·사진) '에트리카' 대표의 활동무대는 아프리카다. 에트리카는 동아프리카 각국의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 국내에 판매하는 패션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 지금은 부룬디에서 현지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한편 탄자니아 현지 생산라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자국의 소재로 직접 옷을 디자인해 만들어 팔도록 하는 것이 이 안 대표의 사업방향이다.

패션은 커녕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를 사업의 중심에 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안 대표는 대학생이던 2009년 선교동아리 활동을 위해 약 1개월간 부룬디에 머물렀다. 동아프리카 한복판에 위치한 부룬디는 2005년까지 10여 년간 이어진 민족 간 내전으로 30만명 이상이 숨졌다.

처음에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착각임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루에 점심 한 끼, 작은 빵조각 하나로 때우면서도 낯선 이방인에게 아낌없이 자기 빵을 나눠 건넸다. 무의식적으로 접촉이 꺼려지던 안 대표와 달리 '고맙다' '예쁘다'며 거리낌 없이 그를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안 대표는 "조건없이 나를 받아준 부룬디 사람들에게서 마음을 연다는 게 뭔지 거꾸로 배웠다"며 "이들과 나중에 뭔가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귀국 후 안 대표는 약 4년간 부룬디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는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수천권의 아동도서를 모아 후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이를 부룬디어로 번역했다. 책을 만들면서 부룬디와 아프리카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공부를 더 할 수 있었다.

눈에 띈 것은 '옷'이었다. 아프리카에는 중고 옷시장이 발달해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구호품으로 온 중고의류가 많아서다.

그러나 급증한 중고의류는 아프리카의 의류산업을 망가뜨렸다. 가나, 잠비아, 나이지리아의 경우 원단·패션산업이 1970년대 이후 80% 이상 몰락했다는 설명이다. 공짜로 들어온 옷들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안 대표는 아프리카 특유의 화려하고 이국적인 '치텡게' 원단을 활용하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 만큼 세련된 옷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동료와 함께 에트리카를 만들고 수시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안 대표의 사업은 1년여간 좌충우돌하면서 궤도에 오르고 있다. 시행착오 끝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이국적인 패턴으로 눈길을 끄는 옷을 만드는 데 성공, 찾는 이가 늘고 있다.

부룬디 현지 디자이너 지망생 교육도 순조롭다. 이들 중 2명은 올해 한국에서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안 대표는 "(교육생 선발을 위해) 무료 워크숍을 열었는데 10대 청소년부터 40대 아줌마까지 50여명이 찾아와 깜짝 놀랐다"며 "형편은 어렵지만 일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고 성실한 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탄자니아 현지에 생산자 파트너를 구하는 일도 착착 진행중이다.

안 대표의 바람은 아프리카 사람들과 자신이 에트리카를 통해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빈곤문제를 스스로 극복해내는 아프리카인이 더 많아지도록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키워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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