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청 육상부 재능기부 ‘재미있는 육상교실’

2015-07-10 03:55:51 게재

육상선수와 함께 하는 체육시간 즐거워요

지난 6월 19일 풍동초등학교(교장 고시언)에서는 고양시청 육상부(감독 김용환)의 재능기부 프로그램 ‘재미있는 육상교실’이 열렸다.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매트에서 구르고 장애물과 뜀틀을 넘으면서 운동장을 마음껏 누볐다. 일찌감치 뜨거워진 6월의 태양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막지 못했다.



한해 2천여 명의 학생 찾아가
고양시청 육상부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연간 약 2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육상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재미있는 육상교실’을 재능기부로 진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육상교실’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 고안한 KA(Kid's Athletics) 프로그램을 한국 실정에 맞게 바꿔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양시청 육상부는 프로그램을 신청한 10여개 학교에 직접 찾아가 한 번에 40분, 4회 차로 수업을 진행한다. 모두 합하면 연간 50~60시간 정도, 인원으로 계산하면 2천여 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김용환 감독은 “재미있는 육상교실이 운영된 데는 최성 시장님의 뜻이 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시장님은 직장 운동부의 선수들이 고양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고 마침 국제육상경기연맹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 있어 육상부는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프로그램이 시작된 배경을 얘기했다.
실업 육상팀이 학생들을 찾아가 재능기부로 수업을 진행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고양시가 최초이며 유일하다.



재미있게 배우는 육상

실업 선수가 알려주는 육상이지만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다. 선수들은 지난 2013년 12월에 대한육상경기연맹(KAAF)에서 교육을 수료해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할 준비를 갖췄다. ‘재미있는 육상교실’은 장애물 릴레이 달리기, 창던지기, 크로스홉 등 육상 프로그램이 놀이처럼 진행돼 학생들의 흥미와 운동효과를 동시에 잡고 있다.
풍동초 이재원(11)군은 “평소 체육시간보다 오늘이 더 재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어달리기”라고 말했다.
이은정 교사는 “모든 운동의 기본이 육상인데 이렇게 찾아와서 수업을 해주시니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풍동초 4학년은 그동안 체육 전담교사가 아닌 담임교사가 체육수업을 진행해 왔다. 이날의 특별한 수업은 체육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선수들은 지도자의 경험 쌓기도

엘리트 선수들의 재능기부도 좋지만 행여 연습시간을 뺏는 것은 아닐까. 김용구 선수는 이에 대해 “연습에 방해되는 건 전혀 없었고 시합 일정에 따라서 짜놓으니까 불편하지 않다”면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돼 나중에 지도자를 할 계획을 갖게 됐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주장 이무용 선수도 “올해부터 처음 고양시청에 합류했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보람찬 일이 많이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용환 감독은 “실업팀 선수는 시합 준비를 위한 운동만 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사랑 받은 만큼 베풀자는 마음으로 다가서니 재능기부가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말해달라는 요청에 김요섭 선수는 “4학년 정도가 수업 진행하기에  좋은 것 같다”면서 “오늘 진행한 풍동초 4학년 수업이 가장 재밌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가능

이재훈 코치는 “우리 또래만 해도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술래잡기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놀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면서 “재미있는 육상교실 프로그램을 학부모들 주도로 신청해도 된다. 용정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신청해 자녀들까지 모두 50여 명이 토요일에 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고양시청 육상부 재능기부 프로그램 ‘재미있는 육상교실’은 매년 3~4월경 신청을 받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 기간과 날씨 등을 고려하면 연간 10여개 학교만 신청 받고 있으니 관심 있는 초등학교 체육 담당자나 학부모들은 해당 시기에 고양교육지원청에서 각 학교로 발송하는 공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고양시청 육상부는?
감독과 코치 모두 40대 초중반, 선수들은 20대 초중반으로 ‘젊은 육상’을 뽐내는 실업팀이다. 파이팅 넘치는 팀답게 잇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진행된 고성 통일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에서 이무용 선수와 홍인기 선수가 400m 경기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800m와 1600m 계주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용환 감독은 “우리나라 69개 육상 실업팀이 있는데 선수들이 우리 고양시청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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