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합의 뒤엎는 사법시험 존치론

사시보다 로스쿨 저소득층에 유리

2015-08-25 10:20:37 게재

전체 로스쿨 입학생 6.3% 취약계층 … 연 소득 4500만원 이하 전액 장학금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학생·고시생들이 희망하는 법조인 양성제도' 토론회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의 공정경쟁의 상징'이자 '희망의 사다리'인 사법시험(사시) 존치를 주장했다. 권만식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는 사시의 장점으로 학력 제한없이 응시할 수 있는 점, 고액의 학비없이 수험비용만 있으면 응시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문제점으로 우회로가 없는 대학원 과정, 고액의 등록금과 기대가능성이 없는 장학금을 들었다.


사시는 돈과 연줄이 없어도, 학벌과 나이에 상관없이 노력과 실력만으로 모든 계층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개천에서 용난다'는 '희망의 사다리'라는 주장이다.

'사시가 희망사다리'는 옛말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는 가난한 집 자식이 사시에 합격해 신분상승을 한다는 '희망의 사다리'는 옛날 일이라고 한다. 2000년 이후 이미 사시에 합격하는 계층이 경제·사회적으로 증산층이라는 것이다.

오수근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사시에 합격한 학생의 80% 이상이 10대 대학 출신이고, 75% 이상은 5대 대학 출신"이라며 "그런 대학에 다니면 일단 계층이동의 필요성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사시 1차 시험 응시자와 비교해 최종합격자가 지난 50년간 2.94%였다"며 "사시가 환경이 어려운 사람에게 계층이동의 기회가 될 수는 있지만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로스쿨 5년 점검과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로스쿨이 사시보다 저소득층에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18개 로스쿨의 '학생선발과 장학제도 현황'에 따르면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은 총 484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이 전체 77.7%에 해당하는 376명으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이 6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박근용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로스쿨 체제가 들어서면서 경제·사회적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당초 우려와 달리 변호사자격 취득기회가 정책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출신 변호사 315명 = 실제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으로 특별전형을 통해 로스쿨에 입학한 인원은 778명이다. 연 평균 129.7명이 입학했다. 전체 입학생의 6.3%로 로스쿨 인가 기준인 입학정원 대비 5%를 넘는 수치다.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가운데 이미 315명이 합격해 변호사, 판·검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기초생활수급자 61명, 국가유공자·농어촌지역 출신자 4명, 장애인 10명이 경제·사회·신체적 배려자로 합격했다.

사시 합격을 위해서는 평균 5년 정도 수험기간이 걸린다. 사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매월 교재비, 학원비, 숙식비, 생활비 등으로 월 평균 14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5년 수험기간에 8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시생의 수험비용은 오로지 본인과 가족 몫이다. 가난한 가정에선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하지만 로스쿨은 24개교 5700명 정원 중 3476명(61%)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 261명(4.6%)을 비롯해 가구 연소득 4500만원 이하 1823명(32%)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자 출신 대학 2.5배 늘어 = 로스쿨은 다양한 지역 인재와 전공, 사회적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고 있다.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로스쿨에 입학한 1만410명의 출신 대학은 102개였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사시에 합격한 1만458명 출신대학은 40개로 나타났다. 사시에 변호사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62개 대학에서 로스쿨 입학생을 배출했다.

특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비율은 사시 합격자의 58.5%(6119명)이었지만 로스쿨이 출범한 후에는 46.8%(4871명)로 11.71%포인트 감소했다. 사시보다 훨씬 출신지역과 학교가 다양화 됐다.

이밖에도 지난 6년간 로스쿨에 6615명(연 평균 53.2%)의 비법학 전공자가 입학했다. 현재 로스쿨에서는 법학과 비법학 쿼터제를 통해 정원의 3분의 1 이상이 법학 이외의 분야 전공자를 뽑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의사, 회계사, 교사, 언론인 등 다양한 직업과 자격을 갖춘 이들이 로스쿨에 진학해 전문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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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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