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린이집을 찾아서 │부모협동 통통어린이집

부모 교사 서로 신뢰 … "아이들은 행복해요"

2015-09-16 10:47:38 게재

교육은 교사, 운영은 학부모 책임

상호 신뢰로 교권 강화, 보육질 높여

"우리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존경합니다. 항상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늘 보고 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맡깁니다." 서울 노원구 수락산 근처에 있는 통통어린이집 한 어머니의 말이다.

지난 어린이날 노원 통통어린이집 아이들이 학부모, 교사와 함께 수락산에서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사진 통통어린이집 제공


통통어린이집은 부모협동으로 만들어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1997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 9월 현재 22가구의 30명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다. 시설 운영은 학부모, 아이들의 교육은 원장 및 교사들이 책임진다. 운영과 교육에서 역할 분담은 분명하다. 학부모님들은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재정, 홍보, 감사, 운영소위, 이사회 활동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교사들은 이런 공동육아 방식의 어린이집 운영에 동의하고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한다. 상하관계가 아닌 학부모와 교사의 동반자적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도 운영에, 학부모도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시설 운영회의에 대표교사가 참석해 교사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1달에 한 번씩 열리는 방(반)모임에서 부모들은 교사에게 아이들의 교육진행 내용과 다음 달 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최경숙 어린이집 이사장(임기1년, 학부모대표)은 "공동육아라서 학부모로서 참여해야 할 경우들이 많아 때론 지칠 때도 있지만 좋은 이웃들과 함께 보람있는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혹 '지나친' 부모의 참여가 교사들의 교권을 침해하지 않을까.

최 이사장은 "방별 인원 구성이나 교육 일정 등은 교사들의 고유권한으로 운영위에서 인정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은 다양한 참여 속에서 보육 교육의 어려움을 알게 되고, 교사의 활동에 존경심을 가지게 돼 교권이 오히려 강화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15일 통통어린이집 아이들이 요리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황은지 원장은 "학부모님들이 교사가 힘들면 아이들의 보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셔서 운영위가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려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통통어린이집에는 '평일 아마'라는 제도가 있다. 평일에 엄마 아빠들이 교사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어린이집의 일일교사 개념과 비슷하지만 목적은 교사 복지 차원에서 교사들에게 쉬는 날을 제공하는데 있다.

학부모들이 대부분 맞벌이라서 저녁 늦게 아이들을 귀가시키는 경우가 많을텐데, 교사들이 힘들지 않을까. 황 원장에 따르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늦어도 7시 30분 이전에는 어린이집 근무를 끝내게 된단다. 다른 아이들이 집으로 다 돌아간 뒤 어느 아이가 홀로 남게 되면 정서상 좋지 않다는 것을 학부모들은 잘 알고 있다. 좋은 이웃이기도 한 학부모들은 남아 있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 저녁식사를 같이 하거나 아이 부모가 올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통통어린이집를 매개로 '마실문화'가 생긴 것이다.

학부모들의 어울림은 단오잔치, 김치담기, 아빠들 풋살모임, 이웃 떡돌리기, 마을음악회 등으로 확장된다. 아빠들의 참여도 많다. 두 살 네 살배기의 아빠인 서창환(현직 교사)씨는 "배움(교육)소위에서 조합원을 위한 공동육아와 관련된 여러 내용들을 같이 공부하고 있다. 여러 모임에 참여 폭을 넓히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들이 한마음을 소통하니, 갈등도 대화로 쉽게 풀린다. 고객이 아닌 보육 동반자의 관계가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런 결과, 올해 불거진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같은 불미스런 일은 통통어린이집에서는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최 이사장은 "우리 어린이집에는 앞으로도 CCTV를 설치하지 않기로 학부모들이 결정했다. 왜냐하면 우리 교사들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이후, 부모가 원하는 경우 자녀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모습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고,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어린이집' 조성을 보육정책의 핵심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아직 열린 어린이집이 대세가 아니다. 통통어린이집같은 '숨어 있는' 열린 어린이집을 찾아 알려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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