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땀 배신하는 인플레이션 부양

2015-11-02 11:10:21 게재

오스트리아학파 "디플레이션 막으려는 각국의 양적완화는 잘못" 비판

지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를 기록했다. 전달인 8월 0.2%, 지난해 9월 1.7%에서 하락했다. 유로존 CPI은 9월 -0.1%를 기록했다. 전달 0.1%, 지난해 9월 0.3%에서 떨어졌다. 영국 역시 지난 8월 0%, 지난해 9월 1.2%에서 올 9월 -0.1%를 나타냈다. 중국 물가 역시 9월 1.6%를 기록, 전달 2%에 비해 하락했다.

이같은 전 세계적인 CPI하락에 주류경제학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며 '중앙은행이 통화긴축 대신 기존의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해 디플레이션 압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자연스러운 디플레이션이 땀흘려 일하며 부를 일구는 사람들과 경제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반론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오스트리아경제학파 사이트인 '미제스'는 지난달 30일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높이려 통화완화정책을 펴는 것은 위조지폐범과 다를 바 없다"며 "건강한 부의 창출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제스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류 경제전문가에게 디플레이션은 나쁜 소식이다. 물가하락의 기대감을 낳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현재의 재화구매를 뒤로 미룬다. 장래에 낮은 가격으로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지출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경제를 침체시킨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에 대항하는 정책이 침체를 막는 정책이라고 여긴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경제침체를 야기한다면, 이를 막는 정책은 경제에 좋은 것일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보면 디플레이션을 막는 방법은 물가를 올리는 것, 즉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정책이다. 이런 생각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의 매개체일 수 있다.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좋은 것으로 여긴다. 주류경제학자들은 2%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을 해치지 않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10%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나쁘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주류경제학 논리대로라면 10%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물가가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소비지출을 당장 크게 늘릴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경제성장을 부양할 것이다.

미제스는 "그렇다면 왜 경제전문가들은 10%의 인플레이션을 나쁜 징조라고 여기는가" 반문하며 "이는 주류경제학의 일반적인 생각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한다.

인플레이션은 통화공급이 늘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통화공급이 늘면 가격상승의 시동을 건다.

재화의 가격은 단위당 투입된 돈의 양이다. 돈의 양이 일정하고 재화의 양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재화 공급의 속도가 통화 공급보다 빠르면 가격은 또한 하락한다. 예를 들어 통화의 공급이 5% 늘었는데 재화의 공급은 10% 늘었다면, 가격은 5% 떨어질 것이다. 한편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통화공급으로 인해 5%의 인플레이션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미제스는 "인플레이션이 나쁜 이유는 가격 상승 때문이 아니라 건강한 재산형성 과정에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제스의 설명은 이렇다. 돈의 주된 역할은 교환의 매개체다. 돈은 우리가 가진 어떤 것을, 원하는 어떤 것으로 바꿀 수 있게 한다. 교환이 일어나기 전 개인은 돈과 바꿀 수 있는 유용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돈을 가지게 되면 원하는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돈이 난데없이 막대하게 창출돼 통화공급이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보자. 이런 새 돈은 위조지폐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미제스의 주장이다. 위조범은 유용한 가치를 생산해내지도 않고 찍어낸 돈으로 재화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미제스는 "난데없이 찍어낸 돈의 경제적 효과는 위조지폐의 악영향과 같다"며 "부를 건강하게 창출해내는 사람들을 오히려 가난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돈은 실제 부를 새로운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전시킨다. 이는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훼손하는 일이며 결국 경제성장을 약화시킨다.

통화공급 증가의 결과로 우리가 갖게 되는 것은 재화 한 단위당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는 즉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격 상승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가져가는 위조지폐 효과를 내는 통화공급 증대다. 결국 통화공급 증대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다.

미제스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인간은 늘 재화와 서비스를 사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격 하락은 경제에 나쁜 소식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가격 하락이 통화팽창정책으로 인한 거품 붕괴를 배경으로 일어난다면 이는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비생산적인 거폼 경제가 줄어들수록 실제 부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통화공급은 일정한데 실제 부가 늘어나 CPI가 하락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부를 늘리는 과정에서 혜택을 얻었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다.

미제스는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주류 일반의 생각과 반대되는 결론이 나온다"며 "가격 하락은 실제 부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호재이며 나아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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