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체벌 법마다 달라 … '징계권' 도마 위에

2016-02-17 10:55:25 게재

아동복지법에선 체벌금지-민법은 징계권 허용, 아동인권단체·법조계 "징계권에서 체벌 빼야"

지난달 폭행으로 7살 아들을 숨지게 하고 주검을 훼손한 '부천 초등생 사건'의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폭력을 대물림받은 피의자는 아들에 대한 체벌이 적절한 훈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자신의 학대행위를 훈육이라고 항변하는 현실 앞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시행된 아동복지법 개정안에서 아동체벌을 금지했지만 민법상으로는 친권자 징계권을 허용하는 등 엇갈리는 법체계을 가지고 있다. 법조계와 아동인권단체에서는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을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고 봤다.

아동복지법은 지난해 5조 2항을 신설하면서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얼핏 보면 부모의 체벌 금지를 법제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동 체벌 근절을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아동체벌을 법적으로 전면 금지한 국가에 들어가지 않는다. 민법에서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법 915조에 따르면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고 규정했다. 자녀에 대한 보호·교양의 권리, 거소지정권과 더불어 부모의 징계권을 친권의 내용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친권자의 징계권은 50년대 규정된 이후 별다른 논란 없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아동학대사건이 잇따르면서 법조계에서도 징계권이 현 시점에 맞게 재해석될 필요가 제기된다. 당시에는 부모의 체벌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체벌에 대한 인식이 변한 요즘 시대에는 징계권의 내용도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아동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국제 기준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보면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아동 최선의 이익'을 바탕으로 양육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3조)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19조)고 밝히고 있다.

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모든 종류의 잔혹하고 품위를 저하하는 벌과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고 신체의 소중함을 침해하는 어떤 종류의 체벌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신체적 처벌은 물론 그 외 모욕적인 형태의 모든 체벌은 폭력행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상용 교수는 "아동복지법에 체벌 금지 조항이 들어온 상황에선 민법 상의 징계권에도 체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된다"고 말했다.

징계권에서 체벌을 빼더라도 징계의 범위에 대한 논의도 더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친권의 하나인 징계권을 고려할 때) 징계권은 친권 남용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체벌을 빼더라도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방식이 징계권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는 친권의 남용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민법 개정 논의도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김영주 변호사는 "징계의 의미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체벌금지 법제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긍정적 훈육에 대한 다양한 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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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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