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나라' 사기 갈수록 교묘해져

2016-03-15 10:38:08 게재

"개인거래로 단속·규제 한계"

"구매자가 철저히 확인해야"

누구나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직거래 중고시장이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1400만명 이상이 가입한 국내 최대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 '중고나라'에서의 사기건수는 날로 증가하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열린 장터에서 개인 간 벌어지는 거래이기 때문에 단속과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악용한 '먹튀사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기 예방을 위한 교육, 안전결제시스템의 확산과 함께 사기꾼들의 범죄를 방치하고 있는 포털에도 사기방조죄 적용의 범위를 넓히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2월 19일 오전 7시 사기 피의자한테 중고 갤럭시 핸드폰 구입을 요청했고 이날 오후 3시쯤 사기피의자에게 판다는 연락이 온 후 약 한시간 동안의 대화 후 거래가 성사됐다. 다음 날 저녁 7시쯤 A씨는 택배를 받았지만 상자안에는 갤럭시는 없고 세제와 음료수 한개 뿐이었다.


인터넷 사기 79% '중고나라'에서 = 15일 인터넷 사기피해방지정보공유사이트 '더치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사기피해사례는 4만981건으로 전년보다 7.5% 증가했다. 피해금액은 매년 113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사기피해는 7398건에 달하며 월 평균건수가 작년보다 8.3% 늘었다. 이 중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기피해 건수는 총 5613건으로 79%를 차지했다. 번개장터 어플에서 629건(9%), 기타 197개 사이트에서 발생한 사기 1061건(15%)에 비해 압도적이다. 현재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의 회원수는 1436만4392명에 달한다.

중고나라를 통한 직거래는 개인간 직접거래와 '안전거래' 중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대부분 수수료를 내지 않고 간편하게 거래하기 위해 직접거래를 선택한다. 결제대금 예치서비스(에스크로)는 구매자의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상품의 배송이 완료 된 후 판매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거래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수료가 별도로 들어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개인간에 벌어지는 직거래 카페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체에 해당하지 않아 에스크로는 의무화돼 있지 않다. 돈만 챙기고 물건을 넘겨주지 않는 사기를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구조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는 "에스크로는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거래금액을 제 3자가 받은 뒤 물건의 도착여부를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라며 "이때 거래안정성은 보장되지만 물건이나 돈을 받는 기간이 길어져 양측 다 불편해한다"고 설명했다. 또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뒤 마음이 변해 물건을 돌려보내는 사례도 많아 대부분의 판매자들이 구매자들에게 "싸게 해 줄테니 직거래하자"고 권유하는 상황이다.

네이버 관계자 또한 "에스크로 등 안전거래 장치를 만들어 권유하지만 대부분 이용자들은 비용이 들지 않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직거래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 간 직거래를 우리가 간섭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과 대안 필요 = 하지만 직접거래는 상대적으로 사기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또 사기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물품을 시중보다 싸게 판매하는 대가로 직접거래(계좌이체 등)를 요구하는 사기범들에게 속아 넘어갔다. 경찰과 포털사이트 네이버, 중고카페 운영진은 인터넷 직거래 사기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지는 등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인터넷 직거래 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7월말 경찰은 '사이버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인터넷 거래 전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가 사기 건으로 신고 된 적이 있는지 조회할 수 있게 하고 포털 사이트가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도 해당 게시글과 계정을 방치하면 사기방조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기방조죄 등으로 처벌한 사례는 없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네이버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사이트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인터넷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장터를 열어준 곳"이라며 "포털에서 사기경고 메시지를 설치하지 않거나 사고 아이디와 계좌 등을 방치할 경우엔 제재를 취할 수 있지만 대부분 법에서 정한 의무들은 공지하고 지키고 있어 사기방조죄 적용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중고거래 사이트측 또한 전체 직거래 가운데 사기범죄에 연루되는 비율은 소수인데 전체 거래를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페에 '불량·사기신고' 게시판을 만들어 회원들 간 사기계좌와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고 범죄에 대한 경고 문구를 강화하는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확실한 예방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중고나라 폐쇄하라"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서 한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이트도 안전거래를 의무화해 사기를 미리 예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업 수준으로 커진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사기 범죄를 개인간 거래라며 방치하면 안된다며 정부차원의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기방조죄의 적용 범위를 좀 더 넓혀 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금융사기 방지 플랫폼의 구축도 제기됐다. 김화랑 대표는 "경찰청과 민간사이트의 협력으로 사회적 금융사기 방지 플랫폼을 구축해 많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을 강화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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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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