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는 미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

2016-06-01 10:35:17 게재

모스크바국제금융연구소, 위안화 기축통화 가능성 정밀분석

조만간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가 국제금융질서의 패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 그러나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 존 윌리엄스는 이달 10일 "위안화가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예언은 적중할 것인가.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금융연구소' 교수인 발렌틴 카타소노프는 31일(현지시간) 인터넷매체 '스트래티직컬처' 기고문을 통해 위안화 기축통화 등극 가능성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선보였다. 다음은 기고 전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가을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로 편입시킬 계획이라 발표했다. 위안화가 달러와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와 함께 각국의 공식 외환보유통화로 인정받게 됐다는 의미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잡은 정치가이자 저술가 벤자민 프랭클린이 도안된 100달러짜리 지폐가 중국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이 도안된 100위안짜리 지폐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는 외환시장 거래량과 국제무역대금 지불, 결제 규모에서 파운드와 엔화를 제쳤다.

그러나 위안화는 다른 SDR통화와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달러나 유로화에 비해 자유로운 통용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IMF의 편입 결정 전날 환율이 크게 출렁인 것처럼 불안정성이 크다는 차이도 있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여러차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발돋움시켜야 한다'고 언급해왔다. 이미 그같은 목표에 절반쯤 도달했다. 오는 10월 IMF SDR 구성통화로 편입되면, 위안화는 공식적인 국제통화 지위를 얻게 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국제통화가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몸값 높이는 중국 위안화

중국이 각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소식은 거의 매달 나온다. 2015년 9월 초 기준으로 중국은 33개국 중앙은행들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체결액수로는 약 3조1600억위안(약 571조원)이다.

위안화의 국제화와 관련한 또 다른 이슈는 '위안화 허브'로 불리는 역외청산결제소다. 위안화허브는 중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위안화나 위안화로 표시된 다양한 금융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 20곳의 역외청산결제소가 운영중이거나 곧 문을 연다. 대규모 결제소가 있는 곳은 홍콩이나 싱가프르, 대만, 서울,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룩셈부르크 등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야심찬 프로젝트는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으로 이어진다. 2014년 중반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44억위안(약 7951억원)의 위안화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영국 런던에서 위안화 채권(1년물)을 발행해 50억위안(약 9035억원)을 조달했다. 6배인 300억위안의 주문이 쏟아지면서 당초 인민은행이 예정했던 발행금리(3.3%)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공상은행과 HSBC가 글로벌코디네이터를 맡았고, 농업은행과 중국은행, 교통은행, 건설은행, 스탠다드차타드가 공동주간사를 맡았다.

당시 스펜서 레이크 HSBC 캐피탈파이낸싱 글로벌 수석은 "이번 채권 발행은 위안화 국제화의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역외 채권 시장을 키우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와 위안화 허브로 자리 잡으려는 런던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인민은행 소유의 일간지 파이낸셜뉴스는 "2014년 위안화 국제결제 규모가 9조9500억위안(약 1799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같은해 중국 수출입무역 규모는 26조3400억위안이었다. 중국 공식통계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국제무역 중 25%에 위안화가 사용됐다. 또한 투자나 송금, 배당, 기타투자수입 등 국제거래에도 위안화 사용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

이는 달리 말하면 중국의 양국간 거래에서만 위안화가 사용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시아 국가나 중남미 국가, 유럽연합(EU) 비회원국이 주요 거래상대방이다. 여전히 주요 선진국, 특히 미국과의 거래에서는 위안화의 자취를 찾을 길이 없다.

중국이 관련되지 않은 제3국간 거래에서 위안화가 쓰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모스크바 국제금융연구소 추산으로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거래 중 1% 정도, 후하게 잡아도 2~3%에 불과하다. 미 달러의 경우 총공급량 중 2/3가 미국 밖에서 순환되고 제3국 기관과 개인 거래에 사용된다.

3국간 거래에서 여전히 소외

위안화 허브로서 역외청산결제소의 미래도 낙관은 금물이다. 역외거래소 거래의 대부분은 은행 예금이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 역외거래소 예금 규모는 1조5000억위안(약 272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015년말 기준으로 역외 예금 규모가 2조8000억~3조위안으로 급증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통계를 분석해보면 역외 예금 80~90%는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에 집중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중국의 '금융지방성'(financial provinces)으로 부르는 나라들이다. 나머지 역외 예금은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등의 결제소에 보관돼 있다.

중국 내 은행들이 예치한 예금은 약 100조위안에 달한다. 역외와 역내 예금비율은 1.5~3%다. 금융지방성 이외의 예금으로만 좁히면 그 비율은 1% 아래로 한참 내려간다. 반면 역내와 역외의 달러예금 비율은 약 30%에 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위안화 국제화의 걸림돌 중 하나가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라는 점이다. 중국은 무역흑자기조를 굳건히 유지하며 날로 흑자폭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 3840억달러였던 흑자폭은 지난해 5945억달러(약 709조원)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위안화가 사실상의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제로다. 대규모 무역흑자로 위안화가 중국 내로만 쏠리는 흐름은 통용성 측면에서 기축통화의 기본자질을 상실케 하는 것이다.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용인하는 이유도 바로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미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지불하는 대가는 바로 탈산업화, 산업공동화로 인한 제조업 붕괴다.

중국 지도부와 경제학자 일부의 발언을 종합하면, 위안화 국제화 목표를 위해 두 가지 방법을 고려중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무역수지기조를 흑자에서 적자로 바꾼다는 것, 둘째는 중국 내 해외자본 유입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위안화가 적절한 환율을 유지하는 시점에서 중국은 수입을 늘리는 데 위안화를 지불하고, 그렇게 되면 중국 내 쌓인 과도한 위안화가 중국 밖으로 유출된다는 내용이다.

미국식 방법은 함정 빠지는 지름길

하지만 그같은 시나리오에도 위안화가 제3국에서 널리 통용되는 실질적인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중국이 해외 수입에 사용한 위안화는 다시 중국 내 투자 용도로 유입되는 순환고리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제한된 국제통화에 머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국제통화로서의 곤경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중국 경제에 형성된 거품이 걷히게 되면 위안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사그라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안화 가치의 급락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중국 당국은 결국 경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 이미 중국 자산의 대부분이 해외 자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두 번째 중국의 경제기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는 서구의 지원 아래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할 때부터 예정된 시나리오다.

서구는 지금 다른 계획을 수립중이다. 그 시나리오에서 중국이 맡을 역할은 없다. 중국은 미국적 방법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시도할 경우 빠지게 될 음습한 함정을 지금이라도 인식해야 한다. 되돌리기에 너무 늦지는 않았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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