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저축은행 홈피로 대출사기

2016-06-24 10:59:26 게재

OSB저축은행 피해 호소, 홈페이지 내용 동일 … 파산한 제일저축은행 사칭

2012년 파산한 제일저축은행 사칭 보이스피싱 대출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단순히 명칭만 도용한 게 아니라 시중에서 영업 중인 OSB저축은행과 똑같은 형태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저축은행 이름만 다른 '짝퉁 저축은행' 홈페이지│파산한 제일저축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범들이 만든 저축은행 홈페이지(위)는 OSB저축은행의 홈페이지와 동일하게 만들었고 본·지점 주소도 OSB저축은행과 같게 기재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OSB저축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대출사기범들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공무원인 A씨는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제일저축은행의 대출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대출예치금으로 대출희망금액의 10%를 입금하면 대출이 진행된다'는 내용이다. 제일저축은행 홈페이지 주소도 알려주면서 접속해 확인해보라고 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의 안내 전화번호인 '1644-XXXX'에 전화해 대출을 문의했다.

자신을 제일저축은행의 대리라고 밝힌 보이스피싱사범 B씨는 A씨에게 15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대출금 10%의 선납을 요구했다. 대출진행을 위한 보증료·채권비용 등 각종 수수료 명목이라고 했다.

하지만 A씨가 돈이 없다고 하자 금액을 95만원으로 조정했고 A씨는 B씨가 알려준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조금 지나지 않아 모 대부업체로부터 2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그쪽으로 대출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B씨는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B씨는 "대출을 양다리 걸치면 금융권에 피해가 간다"면서 "3500만원을 대출해줄테니 예치금 350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B씨가 알려준 또다른 계좌로 입금을 했다. B씨는 재차 전화해 추가비용이 필요하다며 190만원을 또 요구했다. A씨는 사기라는 의심이 들었고 신고하겠다며 입금한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B씨는 105만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A씨는 제일저축은행 콜센터로 전화해 사무실로 찾아가겠다고 했고 콜센터에서는 종로타워 20층으로 오라고 했다. 종로타워 20층은 OSB저축은행 종로지점이 있는 곳이다.

OSB저축은행 종로지점에는 A씨 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이미 여러 차례 방문을 한 뒤였다.

이달 들어 OSB저축은행 종로지점이 파악한 피해만 5차례에 걸쳐 5000만원에 달한다.

사기범들은 저축은행 이름만 다를 뿐 OSB저축은행와 동일한 형태의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본점과 지점 주소까지 동일하게 기재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OSB저축은행을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

OSB저축은행은 금감원에 이같은 내용을 알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짝퉁' 저축은행 홈페이지의 폐쇄를 요청했다. 위원회는 제일저축은행 홈페이지 하단의 사업자등록번호가 OSB저축은행과 동일한 사실을 확인했고 조만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김범수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장은 "과거에 문을 닫은 제일저축은행과 이름이 비슷한 SC제일저축은행 등을 사칭하는 대출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먼저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실제 존재하는 회사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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