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안 무슨 내용

폐기된 법안과 큰 차이 없어

2016-06-27 10:18:34 게재

대학구조개혁법을 둘러싼 교육계의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설립자의 재산권 보장과 대학 자율성 침해 가능성이다. 이는 19대 국회에서 야당이 입법을 반대한 주요한 이유지만 20대 국회에 새로 발의된 법안도 달라진 것이 없다. 교육계에서는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은 잔여재산 국고 귀속 = 새로운 법안은 법인이나 대학이 해산할 때 설립자 등에게 잔여재산 일부를 돌려줄 수 있도록 했다. 구조개혁법 제정을 찬성하는 측은 대학의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측은 부실경영을 책임져야 할 재단과 설립자에게 대학을 팔고나갈 수 있는 특혜를 주는 독소 조항이라고 비판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은 또 대학의 장이나 학교법인이 '대학구조개혁 자체계획'을 통해 학생정원 감축, 대학 폐지, 다른 대학과의 통합, 다른 학교법인과의 합병, 학교법인 해산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자체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는 교육부장관이 인가를 받아야 한다.

자체계획에 따라 학교법인이 해산할 때는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평생교육시설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 대학을 부실하게 운영해 문 닫을 지경에 이른 학교법인이라고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으로 간판만 바꿔달면 잔여재산을 보존할 수 있다. 반대 진영에서 대학구조개혁법안이 결국 사립대학 설립·운영자들의 재산을 보존해 주고자 하는 먹튀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특히 대학 구성원들은 자체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구성원들은 학교법인이 제출한 해산인가 신청서를 교육부장관이 공개한 후에야 법인 해산 사실을 알게 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대학 평가로 부정·부실대학을 걸러내겠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대학을 운영한 책임자인 사학진영에게 해당 대학의 기능을 평생교육이나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해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소불위 권한 우려도 = 또한 구조개혁법안은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대신 대학평가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규정했다. 문제는 대학평가를 담당하는 대학평가위원회와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감축 등의 조치를 취하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교육부 소속 위원회라는 점이다. 위원을 위촉하고, 평가대상 대학을 정하는 것도 교육부 장관의 몫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대학평가가 대학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교협, 교수노조대학 등이 참여하는 공공성강화를 위한 전국대학구조조정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으로 교육부는 구조조정에 대한 일방적 평가는 물론 대학 퇴출명령이라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된다"며 "사립대 퇴출방안을 담은 대학구조개혁법이 제정되면 비판적 인문학과 기초과학이 완전 소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단체들은 이어 "국회는 진정한 대학개혁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과 국립대 네트워크,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포함하는 개혁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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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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