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법 재추진하는 정부 ②

재발의 법안 '먹튀·자율성 침해' 논란 재연

2016-06-27 10:17:54 게재

평가결과 연속 2회 최하등급 퇴출 … "일부 조항 때문에 수용 못할 상황"

19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던 대학 구조개혁 관련 법률안이 학교 구성원과 교육·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재발의됐다. 새로운 법안은 야당 반대로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의 골격을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입법화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 교육계의 분석이다.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대학구조조정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교육부 주최로 열린 '제1회 대학구조개혁법안 토론회'에 앞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법안에 반대하며 토론회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국회 김선동 의원(새누리당)은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을 강제로 폐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안홍준 전 의원이 발의했던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일부 수정한 사실상 정부안의 성격이 강하다.

구성원 반대 속 사실상 정부안 재등장 = 법안은 교육부 장관이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구조개혁을 위해 대학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학을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학의 장 또는 학교법인은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위해 대학 구조개혁 자체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 소속으로 대학평가위원회 및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평가 결과에 따라 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대학에 재정지원 제한, 학생정원 감축조정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대학평가에서 연속 2회 이상 최하 등급을 받을 경우 해당 대학의 기능 개편, 대학의 폐쇄, 법인의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법안은 또 대학이나 법인이 해산할 때 설립자가 잔여재산의 일부를 처분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외에도 대학구조개혁 과정에서 면직된 교직원에 대한 우선채용 규정을 두고, 교직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 조기퇴직에 대한 보상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 통·폐합 등에 따른 학생 보호를 위해 편입학 등의 지원 대책을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저출산 현상 심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2018학년도부터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많아지고, 2023학년도에는 16만명의 입학 자원 부족으로 약 100개 대학에서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필요 = 하지만 김 의원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국회에서 야당과 교육·시민단체들이 법제정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먹튀 논란'과 지나친 대학 자율성 침해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새 법안도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았다.

19대 국회 때부터 구조개혁법의 입법에 반대하는 쪽에선 대학개혁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에서 발의하는 구조개혁법안들은 고등교육의 시장화, 대학의 황폐화, 교육기반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한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을 비롯해 찬성하는 쪽은 학생 수 감소, 방만한 경영 등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등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들은 20대 국회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밀어붙이기나 무조건 반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남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대학들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대학구조개혁법에는 여러 내용이 섞여 있어 일부 조항이 부정적이면 전체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유성엽 위원장(국민의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이 폭넓게 참여해 사회적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정들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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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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