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과 협동조합이 만났다

2016-09-27 11:25:51 게재

강동 '희망도시락' 관악 '목이버섯농장'

동네 경제 활성화에 공동체 회복 노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음식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요. 하나에 5000원씩 파는데 주문이 적을 때는 상인이나 마을주민들 후원하는 셈 치고 배달해요."

서울시와 자치구가 뉴타운 대신 시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지역에서 동네 경제와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주민 주도 협동조합 실험이 진행, 눈길을 끈다. 강동구 희망도시락협동조합에서 주민들이 주문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 내에 이색 밥집이 지난 6월 들어섰다. 시장에서 파는 재료로만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희망도시락협동조합'이다. 1만5000여 가구가 사는 암사동 일대가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마을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겠다며 만든 공익형 업체다. 하현주 이사장은 "수익금 일부를 지역에 재투자하기로 조합 정관에 명기했다"고 말했다.

지역 전체를 한꺼번에 허물고 새롭게 고층 건물을 올리는 뉴타운 방식 대신 당초 마을을 보존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하는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예산이 투입되는 강동에서는 도시락 업체가, 자체 사업을 추진한 관악에서는 목이버섯농장이 첫 걸음을 내디뎠다. 주민들이 힘을 합친 협동조합에서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지역사회에 투입, 지역 경제 활성화와 마을 공동체 회복에 한 몫을 하겠다는 취지다.

조합원 5명이 공동 출자해 출발한 희망도시락은 홀몸노인에 반찬나눔과 의료지원, 사랑의 김장나눔을 하는 강동희망나눔센터와 맥을 같이 한다.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수익이 나면 홀몸노인 등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보탬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진영섭 센터 대표가 조합원으로 결합했다.

사업 구상 때부터 암사시장에 둥지를 트는 만큼 상인들과 업종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모든 식자재는 시장에서 구입한다. 주먹밥이나 샐러드 등 간식을 만들어 상인들에 돌리기도 한다.

소통 대상은 시장 상인이나 홀몸노인에 그치지 않는다. 구에서 마련해준 '공유부엌'에서 1~2인 가구 청년이나 공동육아를 하는 엄마들과 함께 원하는 음식을 만드는 청년식탁 엄마식탁이 또 있다. 요리방법뿐 아니라 청년활동이나 육아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마을 구성원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자연스레 의견을 나눈다. 청년들은 경로당 노인들을 식탁에 초청, 세대간 벽을 허무는 역할도 한다.

조합 활성화는 지역 경제에 톡톡히 영향을 미친다. 당장 수익금을 환원하지 않더라도 반찬을 만들거나 도시락을 배달하는데 조합원이 아닌 주민들을 고용한다. 하 이사장은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1만원으로 책정해 반응이 좋다"며 "사업이 안정되면 일손 도우미나 퀵서비스뿐 아니라 조합원 자체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악구 삼성동 돌샘행복마을 주민들은 '이웃이 키우는 믿을 수 있는 식품을 국민 밥상에 올리겠다'는 목표로 흑목이버섯을 키운다. 1960년대 말 퇴역 군인들 주거지로 조성된지 40여년. 재개발을 추진했는데 대상지에서 제외되면서 낙후돼가던 마을인데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작되면서 '관악산 돌샘버섯농원협동조합'이 꾸려졌다. 관악구가 2014년부터 서울시 예산을 따내 일대 재생과 함께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윤희 조합장을 비롯한 20여명이 출자금 2000만원을 모아 마을 흉물이던 버려진 땅에 버섯농장을 차렸다. 비닐하우스에 목이버섯 재배 단지 7000개 설치, 하루 100㎏씩 생산하는데 학교 급식업체에 전량 공급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꼽힐 정도로 정체돼있던 마을은 구좌당 2만원이던 텃밭 사용료를 6만원으로 현실화할 정도로 안정됐고 수익금 10%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하기도 한다.

주민이 이끌고 지자체가 후원하는 협동조합은 주민들이 도시재생 이후에도 떠나지 않게끔 역할을 하는 지역 공동체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도시락으로 이웃에 사랑을 전하는 주민들을 지원, 공동체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개인이 아닌 마을 전체가 혜택을 보도록 도시재생사업 모범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목이버섯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동 이용시설을 짓는 돌샘행복마을 사례는 도시에서도 농업과 마을공동체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주민 주도 도시재생사업으로 안전하고 살맛나는 주거환경, 이웃간 정이 넘치는 공동체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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